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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중소기업 사회책임경영의 길 / 이현숙

등록 2014-02-02 19:10수정 2014-02-02 21:42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흔히 기업의 사회책임경영은 돈 많은 대기업이나 할 법한 걸로 여겨진다. 돈 벌어 월급 주기도 빠듯한 중소기업에 사회책임경영은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사회책임경영은 꼭 돈이 많아야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별한 예산 없이 건강한 노사관계 만들기로 사회책임경영의 첫걸음을 뗀 중소기업들도 있다.

경기도 성남에 있는 한 보안시스템 회사는 직원이 20여명인 중소기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성남산업진흥재단의 사회책임경영 지원 컨설팅을 받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냈다. 이 회사 경영진은 지난 3년간 급변하는 경영 환경과 불황 속에서 꾸준한 성장을 일궈냈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위험을 관리하고 좀 더 건전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했단다. 그러던 차에 사회책임경영을 접하고 자발적으로 컨설팅을 신청했다.

이 회사의 사회책임경영 수준 진단 결과, 임직원, 협력업체, 지역사회 부문에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컨설팅 결과에 맞춰, 이 회사는 인재 확보 및 육성을 위해 임직원 만족 경영 목표를 만들었다. 우선적 활동으로는 사내 소통 활성화와 복리후생 확대를 꼽았다.

특히 지난해에는 소통 문화 확대에 주력했다. 사내 소통 활성화를 위해 매주 월요일 전 사원 회의에서 경영 상황과 전략 계획을 공유하고 있다. 또한 경영진과 직원의 만남을 통해 업무에 대해서뿐 아니라 다양한 고충을 듣는다. 경영진은 앞으로 직원들과 자유롭게 대화하고 의견을 모을 수 있는 기업 문화를 만들기 위해 여러 소통 채널을 만들려 한다고 한다.

또한 올해 이 회사는 임직원 만족 경영 활동을 넓혀가기 위해 가족 친화 프로그램을 실행할 계획이다. 직원들이 일과 가정생활의 조화를 이뤄 직장 만족도를 높여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복리후생제도도 회사 재정에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에서 차근차근 넓혀가려 한다. 경조 휴가, 경조사 지원, 자녀 학자금 지원 등은 이미 시행하고 있다.

이밖에도 임직원의 업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 지원에도 나섰다. 특히 지난해에는 지속가능경영 출범에 따른 직원 교육을 하기도 했다. 이 회사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낸 뒤 직원들은 자신이 좋은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자부심이 생겼고, 경영진은 회사의 안정적인 경영 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이 회사처럼 처한 여건에 맞춰 사회책임경영에 나서는 중소기업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중소기업청이 운영하고 있는 중소기업 사회책임경영 홈페이지를 보면 10여개 활동 사례가 소개되고 있다. 일부는 대기업식의 사회공헌활동을 내세우기도 하지만 대부분 경영 활동 과정에서 경제, 사회, 환경 분야의 사회책임경영을 고루 실행하고 있다. 임직원에게 사이버 교육, 독서 경영, 직무 교육 등 자기 계발 기회를 부여하기도 한다. 공장의 안전사고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현장 안전 관리 순찰 업무를 진행하는 곳도 있다. 환경 방침 개발과 이행에 있어 모든 직원들에게 교육 훈련 및 동기 부여의 기회를 줘 환경 방침 실행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게 하는 기업도 있다.

이처럼 사회책임경영은 중소기업의 기업가치 향상을 이끄는 이해관계자 기반의 경영 활동이다. 물론 우리 중소기업 경영 환경은 사회책임경영이란 말을 꺼내기가 주저될 만큼 녹록지 않다. 그래서인지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 경제적 성과를 내면서 사회와 환경에 대한 책임을 가지며,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는 경영을 하기 위해 작은 노력을 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더욱 빛나 보인다. 청마의 해에 더 많은 중소기업이 뚜벅뚜벅 자기 걸음으로 사회책임경영의 길을 걸어가길 기대한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h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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