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동료 의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며칠 전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에 지명된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의 반응은 의외였다. 축하 인사에 기뻐하기는커녕 “축하받을 일인지…”라며 떨떠름해했다. 내막을 알고 보면 그럴 만도 하다.
범친박계인 이 의원은 오는 5월에 선출될 새누리당 원내대표직을 노리고 있었다. 지난해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 주류인 최경환 의원에게 아깝게 진 뒤부터 절치부심하면서 재도전 꿈을 가꿔왔다. 지난 대선 때 대선기획단장과 특보단장을 지낸 대선공신을 정말로 ‘배려’했다면 가만히 내버려두는 게 맞았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는 이 의원에게 한자리를 주기 위한 ‘대선 보은’이 아니라 그를 현 위치에서 빼내기 위한 ‘정치 징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 의원이 아닌 다른 사람을 원내대표로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아니겠느냐. 누군가를 생각하고 있는데 그 자리에 이 의원이 강력하게 서 있는 셈이니 영전이라는 명분으로 그를 솎아낸 것이다”라고 말했다. 차기 새누리당 지도부 구성과 관련해서 ‘박심’이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박심은 눈에 보이지 않는 복잡한 퍼즐이다. 드러나는 순간 효력을 잃을 뿐 아니라 역풍이 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여권 지도부가 극구 박심의 존재를 부인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퍼즐의 얼개를 맞출 단서들은 있다. 그중 하나는 원조 친박인 정갑윤 의원이 얼마 전 “중앙정치에 전념하겠다”며 오랫동안 준비해온 울산시장 경선 출마를 포기한 것이다. 4선의 그는 지역에서는 다른 경쟁자들보다 앞섰지만, 중앙정치에서는 존재감이 거의 없다. 자기에게 유리한 것을 버리고 생소한 중앙무대 진출을 선언했으니 자의라고 보기에는 어딘가 어색하다.
정 의원에게 원내대표에 뜻이 있느냐고 직접 물어봤다. 그는 “준비하고 있지 않다. 나의 일차 목표는 국회부의장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부의장은 ‘중앙정치’의 본격 무대가 아니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약하다. 그의 정치적 목표가 뭔지 드러나는 데는 시간이 좀더 필요하지만, 그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시선이 각별한 것은 분명하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의 일이다. 울산지역 의원들이 모두 이명박 후보 지지로 돌아섰을 때 정 의원만 혼자 남아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다. 그런데도 울산지역 경선에서 이 후보를 이긴 기억은 박 대통령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의 당직 배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박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정 의원은 거론되는 다른 사람보다 훨씬 앞서 있다.
또 원내대표는 당대표와 맞물리는 큰 그림의 일환이다. 유력한 당권 도전자로 거론되는 서청원 의원과 김무성 의원 가운데 박심이 서 의원 쪽으로 기울어 있다는 게 여권 내부의 대체적인 견해다. 이유는 복잡하지 않다. 서 의원은 박 대통령의 뜻을 받드는 ‘관리형 대표’를 자임하는 반면에 대선 도전 의사를 가지고 있는 김무성 의원은 ‘독립형 대표’를 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독자적으로 세를 키우는 김 의원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친박 내부에서 높다.
서청원 대표를 상정할 경우 정갑윤 원내대표 카드는 더 그럴듯하다. 5월에 영남에서 원내대표가 나와야 그 이후 있을 전당대회에서 영남 출신의 김무성 의원보다는 수도권과 충청의 서청원 의원의 입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물론 박심이 아직 완성된 게 아닐 수 있으며, 구상이 있더라도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 문제는 여권에 박심이 늘 강력하게 있다는 사실이다. 현 지도부도 박심에 따라 결정됐다. 황우여 대표뿐 아니라 최경환 원내대표는 친박의 힘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민심과 동떨어진 박심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여권의 한 주요 인사는 이주영 빼내기와 정갑윤 밀기 등 최근의 흐름을 보면서 “청와대가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고 말했다. ‘충성심’을 중시하는 박심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김종철 정치부 기자 phillkim@hani.co.kr
‘박심논란’, 그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성한용의 진단 #241]
김종철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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