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에선 햄버거를 요리하는 로봇이 빠르게 증가해 화제가 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한 벤처회사가 지난해 개발한 이 로봇은 한 시간 안에 다양한 종류의 햄버거 360개를 만들 수 있는데, 잠바주스, 애플비, 맥도널드 등 대형 패스트푸드 체인점을 파고들고 있다고 한다. 손님은 자동주문기계를 통해 자기가 원하는 메뉴를 누르고 몇 분만 기다리면 신선한 재료로 만든 햄버거를 받을 수 있다. 이 로봇에 대한 광고 문구가 업체들을 솔깃하게 한다. ‘로봇이 요리하는 스마트 레스토랑을!’
로봇으로 무장한 ‘스마트(?)’한 레스토랑의 확산은 업체에 생산성 향상의 기대를 갖게 한다. 소비자 편익도 커질 수 있다. 문제는 주방에서 땀 흘리며 일해온 요리사들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것이다. 요리를 로봇이 대신하는 음식점에선 청소 등 허접한 일자리만 남게 된다.
패스트푸드 체인점은 사람 손이 많이 들어가는 서비스업의 간판이다. 그러면서도 ‘저임금 노동의 집합소’라는 오명을 듣고 있다. 미국 버클리대와 일리노이대 공동연구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패스트푸드 체인점 종업원 5명 가운데 1명은 최저생활비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다. 또 전체 종업원의 45%가 가족 가운데 한 명 이상이 무료 식권 등 연방정부로부터의 생계 보조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상황에서 로봇 요리사의 등장은 일자리의 질과 임금 수준을 더욱 나쁘게 할 가능성이 크다.
로봇이라는 말은, 체코 극작가 카렐 차페크가 1920년에 쓴 공상과학 희곡 <로섬의 만능로봇들>(Rossum’s Universal Robots)에서 처음 나왔다. 차페크는 이 작품에서, 인간의 고된 노동을 대신할 목적으로 만든 로봇이 점차 똑똑해져 인간을 말살하는 미래를 경고했다. 실제로 오늘날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현실에선,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인간의 노력이 인간성을 희생시키는 사례가 허다하다.
박순빈 논설위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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