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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응답 말라 1994

등록 2014-02-19 19:12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나정이가 눈물을 흘리며 처음으로 칠봉이를 껴안은 날은 1995년 6월29일이었다. 서울 서초동 삼풍백화점이 통째로 무너져 내린 날이다. 일 년에 한 번도 일어나기 힘든 엄청난 사건들이 줄줄이 터졌던 게 나정이가 대학 1~2학년 시절이던 1994년과 1995년이다. 나정이네 신촌 하숙집 거실에 놓인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는 온통 대형 사건사고의 연속이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유난히 대형 사고가 많이 터진 것을 두고는 당시에도 이런저런 ‘괴담’이 많이 흘러다녔다. “핏값을 치러야 한다”는 섬뜩한 괴담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역대 대통령들이 군사쿠데타와 5·18 광주학살 등을 통해 피를 흘리고 정권을 잡은 것과 달리 김 대통령이 총칼을 쓰지 않고 대통령 자리에 올랐으니 대신 사건사고를 통해서라도 국민이 피를 흘릴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이야기였다. 구포 무궁화 열차 전복사고, 격포로 향하던 서해훼리호 침몰사고, 울산 현대 미포조선소 폭발사고 등 사고가 난 곳의 지명에 ‘포’ 자가 많이 들어가고 폭발 사고 등이 잇따른 것을 두고는 와이에스의 폭발적 성격과 연관지어 말하는 호사가들도 있었다. 어쨌든 취임 초 하늘을 찌를 듯 높았던 김 대통령의 인기가 점점 추락한 데는 이런 잦은 사고에 따른 민심이반도 한몫했다. “경복궁이 무너지면 대원군을 탓할 거냐”는 당시 박지원 민주당 대변인의 촌철살인 논평이 나온 것도 그 무렵이다.

여고생 등 32명이 추락해 숨진 성수대교 붕괴 사고 이후 꼭 20년 만에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강당 붕괴 사고로 부산외국어대 학생 등 10명이 숨지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또 일어났다. 리조트 강당의 지붕이 무너진 것은 단지 눈의 무게 때문만은 아니다. 20년의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안전불감증, 무신경, 당국의 소홀한 관리감독 등이 차곡차곡 쌓여서 결국 한꺼번에 무너져 내린 것이다. 1994년의 악몽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길 빈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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