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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사회] 시간이 얼마 없다 / 김동조

등록 2014-03-03 18:40

김동조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저자
김동조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저자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 말했다. 그 발언의 의도를 따지는 것은 대통령과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은 물론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에게도 의미 있는 일이다. 통일이란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정치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통일은 대박”이란 발언은 대통령이 사용할 고급스러운 표현이 아니지만 대신 맥락의 필연성과 상황의 절박함을 암시하고 있다. 이 발언이 정국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던져진 정치공학적 의제일 가능성은 낮다. 대신 이 발언은 대통령만이 알 수 있는 고급정보에 바탕을 둔 ‘북한 정권의 붕괴에 의한 흡수통일’을 예고하거나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할 ‘경제협력을 포함한 통일에 준하는 전격적 교류’를 암시하고 있다.

남한의 경제규모는 북한의 30배가 넘는다. 북한의 국방비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25%에 육박하지만 우리의 국방비 지출은 지디피의 3%다. 그래도 북한의 4배에 가깝다. 이런 사태를 타개하기 위한 핵개발은 북한의 군사적 안위를 보장할지는 모르겠으나 경제적으로는 북한을 더욱 고립시켰다. 연간 8% 이상 성장하는 중국의 경제성장이 지속되면서 중국 국경을 통한 북한 주민 이탈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북한이 한국은 물론 중국과의 소득 격차 확대를 방치할 경우 정권이 붕괴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중국 정부도 자국 체제를 위협하는 대규모의 난민 유입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도 이런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1990년 이후 중국의 수출 주도 성장은 한국이 대규모 자본재 수출을 통한 성장을 하도록 했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중국은 대폭적인 금리인하와 대규모의 양적완화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했다. 경제가 회복되고 올해 초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하자 일부 신흥시장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소동이 있었지만 진짜 신흥국의 위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경기회복이 가속화되면 미국은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할 것이다.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시켜 내수를 부양하는 정책을 사용할 예정인 한국은 미국의 금리인상 전까지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않으면 자산가격 하락과 가계부채 문제로 깊은 수렁에 빠질 것이다.

남북한 경제가 모두 경제협력을 필요로 하지만 남북의 경제협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근대사에서 가장 논쟁적인 대통령인 박정희의 딸로서 아버지의 과업을 부각하면서 대통령으로서의 성과를 보일 수 있는 것은 현실적으로 남북관계밖에 없다. ‘통일 대통령 박근혜’는 이런 관점에서 아주 매력적인 목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의 붕괴에 의한 흡수통일은 대안이 될 수 없다. 유로존 통합이 가져다준 낮은 통화가치로 20년간의 통일 후 경기부진에서 겨우 벗어날 수 있었던 독일의 사례로 볼 때 북한의 붕괴에 의한 통일은 남한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대박’보다는 ‘쪽박’에 가깝기 때문이다. ‘실패한 통일 대통령 박근혜’의 꼬리표가 영원히 따라다닐 것이다.

남북관계의 급격한 변화는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발생시킨다. 북한이 붕괴될 때 유입될 수백만명의 저임금 노동력은 남한의 미숙련 노동자들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 것이다. 남북의 협력이 가시화되고 경제개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북-일 관계 정상화가 이루어지면 동아시아 정세는 요동칠 것이다. 자본 유치 과정에서 한국뿐 아니라 국외자본도 빠르게 움직일 것이다. 사실상 한국의 절반 규모인 경제를 새로 만드는 일은 노동시장과 자산시장을 포함한 한국의 모든 영역을 변화시킬 것이다. 변화의 폭풍이 몰려오고 개인은 아무 경고 없이 그 속에 내던져진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김동조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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