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형 복지국가 청년네트워크 대표
현 정부의 기초연금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 공약의 이행론과 수정불가피론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미래 세대’로 불리는 청년 세대의 이익에 대한 해석도 제각각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다음과 같은 논평을 냈다. “모든 어르신들에게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면 지금 당장은 좋겠지만, 미래 세대의 부담이 날로 늘어날 것이기에 대선 공약에 대한 수정은 불가피하다.” 주장의 표면만 보면 복지정책 중 특히 연금부문 확대가 청년 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말은 일면 사실인 듯하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한 기초연금안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정책이 미래 세대라는 특정한 집단, 곧 청년 세대의 미래를 저당잡는 주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의 기초노령연금 개편 공약은 파격적이었다. 소득수준 하위 70% 노인에게 10만원을 차등지급하는 기존의 정책을 확대해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씩 균등하게 지급한다는 공약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당시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이런 우려 속에 당시 후보자 신분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은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공약은 내놓지 않았다’며 대선 공약 이행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 공약은 당선 직후 구성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정부와 여당은 본래부터 지킬 수 없었던 공약이었다며 공약 수정의 불가피성을 국민들에게 피력했다.
이후 정부는 공약 이행의 연장선상이라며 현재의 기초연금안을 내놓았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현행 기초노령연금을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차등지급하고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소득 하위 70%로 대상층을 축소한 것이 주요 뼈대다. 현 개편안의 연금지급 방식을 살펴보면 기초노령연금 수령액은 국민연금 가입기간 10년을 기점으로 그의 초과분에 따라 비례하여 줄어들게 되는 구조이다.
이 정책이 실행되면 국민연금에 장기 가입한 국민들은 역차별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에 대해 연구한 국회예산정책처의 보고서를 보면 본 개편안이 통과될 경우 평생 동안 40대는 1541만원, 30대는 2782만원, 20대는 4260만원 손해를 보게 된다고 한다. 곧, 연금액의 수령 시기가 장년 세대보다 늦어지는 청년 세대는 이 개편안으로 인해 원안대로라면 지급받을 수 있었던 연금액보다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세대가 내려갈수록 국민연금에 가입한 비율이 현저히 높아지니, 기초노령연금액의 감액을 감수해도 큰 무리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안은 2007년에 개정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60%→40%) 인하에 따른 노후 소득보장 감소를 기초연금으로 보완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본래 국민연금과 별개로 받을 수 있었던 기초연금을 가입기간과 연계시키는 정부의 수정안은 가뜩이나 미래가 불안한 청년 세대의 노후안정권을 저당잡는 정책이다.
이른바 삼포세대라고 불리는 청년 세대는 취업난에서 비롯된 삶의 어려움으로 연애와 출산, 그리고 결혼을 포기한 세대로 여기서 안정된 노후를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 어려운 구직난을 뚫고 취업을 한다 해도 낮은 소득으로 은퇴 이후에 의존할 곳은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이라는 공적연금밖에는 없다. 이런 현실에서 사회권적 측면에서 설계된 기초노령연금안을 국민연금과 연계해 청년 세대의 희생을 강요하는 현 정부의 기초연금 개편안은 청년의 입장에서 반대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 청년의 한 사람으로서 청년 세대의 미래를 저당잡는 정부의 기초연금안 철회를 간곡히 요청한다.
이태형 복지국가 청년네트워크 대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