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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사회] 지지해주면 해볼게요 / 김홍민

등록 2014-03-12 19:11수정 2014-04-09 16:14

김홍민 북스피어 출판사 대표
김홍민 북스피어 출판사 대표
직업이 직업이어서인지 외출하기 전에는 가급적 읽을거리를 챙긴다. 그날그날의 날씨와 의상에 맞춰 가방을 들고 갈 형편이 안 될 때는 신문이나 잡지인 경우도 있지만 주로 책이다. 그렇다고 사시사철 책을 끼고 사는 건 또 아니어서 집에서 뒹굴뒹굴할 때는 이미 봤던 <무한도전>을 멍하니 보고 있기 일쑤고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는 ‘감자의 친구들은 연애를 하지’라는 사이트에 들어가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일도 많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특히 지하철을 탈 때는 습관처럼 읽을거리를 펼치게 된다. 정기구독하는 <시사인>도 대개 지하철에서 짬짬이 읽어버리는 편이다. 왜 집이나 사무실보다 지하철에서 책이나 잡지가 더 잘 읽히는지 모르겠다. 뭔가 그럴듯한 이유가 <네이처>나 <사이언스> 같은 과학잡지에 실려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어쨌거나, 그래서 일부러라도 버스나 자가용 대신 지하철을 이용하는 편이다. 주말 동안 꼭 읽어야 할 책이 있는데 집에 혼자 있으면 <별에서 온 그대> 재방송에 또 빠질 것만 같아서 2호선을 타고 몇 바퀴인가 돌았던 적도 있다.

한데 언젠가부터 느끼는 거고 앞으로도 점점 더 자주 느끼겠지만 지하철에서 책 읽는 사람을 구경하기가 참으로 힘들어졌다. 거의 전부라고 해도 좋을 만큼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노파심에서 말씀드리지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일이 뭐가 어떻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주위에 피해를 주지만 않으면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이 선택할 문제다. 다만, 뭐랄까. 조금, 쓸쓸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물론 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최하위의 여가 활동이 된 게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많이 읽는다고 뭐가 나아진다는 보장도 없는 마당에 굳이 지하철에서까지 책을 읽을 필요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다들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하는 모습이 비인간적으로 보인다는 누군가의 푸념에 “그렇다고 우리가 예전에 지하철을 타면서 서로서로 눈을 맞추고 모르는 사람에게 인사를 건넸던 것도 아니잖아요”라는 대화를 들은 적이 있는데 확실히 그렇기도 하다. 예나 지금이나 주위에 무관심한 건 마찬가지다. 역시 지하철 같은 장소에서는 카톡을 하거나 몰입하기 쉬운 드라마를 보는 편이 현명한 일일지도 모른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아무래도 마음은 쓸쓸하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모르겠지만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구경하는 일이 조금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일전에 <한겨레>에 소개된 “전철에서 책 읽는 사람 찾기”도 그런 바람을 가진 이들이 동참했던 것이리라. 물론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도 기사에 대한 반응을 통해 확인했지만 동참한 이들이 어떤 마음이었는지만큼은 십분 이해가 간다. 그렇잖아도 혼잡하고 소음으로 가득한 공간이다. 벨소리, 통화하는 소리, 심지어 이어폰 밖으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까지. 가능하면 조용히 가고 싶다. 잠이라도 청하면서. 졸리지 않다면 스륵스륵 책장이라도 넘기면서. 다들, 이루어지지 않을 줄 알면서 꿈꿨던 것은 이런 목가적인 풍경이 아니었을지.

문득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일년에 하루 정도는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말자는 규칙을 정해 보면 어떨까. 그때 우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마침 돌아오는 4월23일이 ‘세계 책의 날’이라고 하니 지하철공사와 통신사에 협조를 구하면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평소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지금부터 조심스럽게 양해를 구하고. 안 될까.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욕을 먹으려나. 된다면, 그날 다른 출판사들과 함께 재미있는 이벤트를 해보고 싶다.

김홍민 북스피어 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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