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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사회] 야당의 미래 / 김동조

등록 2014-03-31 18:48수정 2014-04-01 11:37

김동조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저자
김동조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저자
2012년 대선에서 나는 민주당 후보 문재인이 새누리당 후보 박근혜를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초반 지지율을 보면 문재인이 박근혜를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이 박근혜를 이길 것이라고 예상했던 이유는 문재인이 박근혜보다 훨씬 나은 후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안철수가 후보를 사퇴하고 진보진영이 단일화되었기 때문도 아니었다. 이명박은 실패한 대통령이기 때문에 실패한 정권은 바뀌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정권이 바뀌지 않는다면 내 생각과 달리 이명박은 실패한 대통령이 아니거나, 실패한 정권도 바꾸지 못할 만큼 야당의 역량이 낮은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실패한 정권이 바뀌지 않는 국가는 쇠퇴한다. 실패해도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면 부패하고 부실해지지 않을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경영 실패로 부도가 난 회사를 국가가 구제하면 ‘도덕적 해이’가 생긴다. 불필요하게 큰 위험을 감수한 후, 성공했을 때의 과실은 자신들이 추수하고 손실은 국가에 떠넘긴다. 국가 경영에 실패한 정당이 계속 집권하면 ‘국가적 파탄’이 생긴다. 기업과 달리 국가가 파탄 나면 구원해 줄 정부도 없다. 독재가 나쁜 것은 실패에 대해서 책임을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계속 앞면이 나오고 있어도 동전을 던지다 보면 언젠가는 뒷면이 나오듯,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독재도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정권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고 압도적인 지지율을 자랑하지만,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은 긴장을 풀지 않는다. 민주당의 낮은 지지율은 착시일 뿐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결선투표 없는 대통령 선거제도와 지역 구도 아래에서는 진보든 보수든 압도적인 지지율은 유지될 수 없다. 제3의 정당 역시 마찬가지다. 진보진영이든 보수진영이든 제3의 정당이 등장하는 진영은 자기 진영의 지분이 훼손될 뿐 상대에게 위협이 되지 못한다. 안철수의 딜레마도 거기에 있다. 안철수의 새정치는 민주당 안에서 외연을 확장하는 것일 수는 있어도 민주당 밖에서 대안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안철수의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게임의 구조가 그렇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자신들의 후보를 내지 못했다. 박영선이 나경원과 대결했다면 이겼을 가능성이 높았고 설령 졌더라도 멋있게 지기만 했다면 사람들은 근사한 야당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은 안철수에게 후보 단일화를 요청했다. 어차피 포기할 수밖에 없는 후보에게 구차스럽게 양보를 얻어냈지만 그래도 선거에는 졌다. 6월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은 안철수에게 통합을 요청했다. 선거 후 존재 자체가 불투명하던 안철수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민주당의 계산은 계파별로 복잡하겠지만 민주당 지지자들을 포함한 국민들의 심정은 단순하다. 적어도 야당이 실패한 정권을 바꿀 정도로는 강해지길 바란다.

2017년 야당의 대선 후보가 되려면 2016년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총선에 공천권을 행사할 당권의 확보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당대표 경선을 두고 야당 내부는 격돌할 것이다. 정체성의 혼란과 전략의 부재에 빠져 있는 문재인과 친노진영은 안철수의 등장에 맞서 변화가 필요하다. 정치의 변화는 마음가짐이 아니라 사람을 바꾸는 데서 온다. 변화가 필요한 건 안철수도 마찬가지다. 안철수는 기초공천제도가 유지된 상태에서 정당공천을 하지 않을 것을 민주당에 요구했고 관철했다. 수능 폐지를 주장하던 새아빠는 아들에게 수능을 보지 말고 대학에 가라 한다. 아들은 황당하지만 엄마는 말이 없고 새아빠는 수능이 나쁠 뿐이지 자신에겐 책임이 없다고 한다. 아들의 건투를 빈다.

김동조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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