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창당 이전부터 김한길 대표와 문재인 의원의 관계는 별로 좋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중도와 진보의 대립이라는 민주당 내부의 노선 갈등이 깔려 있었다.
여기에 계파간 이해관계가 겹쳤다. 김한길 대표는 2013년 5월 전당대회에서 이른바 친노세력이 자신을 조직적으로 떨어뜨리려 했다고 믿었다. 심지어 올해 들어서는 지방선거가 패배로 끝나면 그 책임을 물어 자신을 대표직에서 쫓아내려 한다고 의심했다.
오해와 억측이 겹치면서 그렇게 된 것인데 근거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올 초 민주당 당직 인사에서 김한길 대표가 여러 사람의 기대와 달리 친정체제를 구축한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봐야 한다.
새정치연합 창당 이후 두 사람의 대립은 ‘안철수-김한길 조합 대 문재인’으로 확대되어 가는 모양새다. 대선 당시 안철수 대표와 문재인 의원 사이에 쌓인 앙금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당 안팎에는 “안철수 대표가 무공천을 강행하는 것은 친노 성향의 수도권 기초단체장들이 떨어져도 괜찮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거나 “김한길 대표가 통합을 한 것은 안철수를 끌어들여 문재인을 제압하기 위한 것”이라는 등 험악한 말이 나돈다. 안철수 의원에 대해 방어적일 수밖에 없는 민주당 출신 의원이나 당직자들의 생각이 배어 있는 관측이다.
안철수 대표 쪽도 고슴도치처럼 잔뜩 웅크리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대선 때 안철수 대표를 도왔던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새정치연합의 당권투쟁을 예고하며 문재인 의원에게 아예 정계 은퇴를 요구했다. 안철수 대표 쪽에는 ‘친노 종북 386’을 제거하지 않으면 새정치연합의 미래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까지 있다.
왜들 이러는 것일까? 사실 야권분열 프레임의 진원지는 기득권 세력이다. 야권을 어떻게든 분열시켜야 반사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새정치연합은 머지않아 깨질 것”이라고 속내를 드러내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늘었다. 안철수-김한길과 문재인 사이의 틈을 찾는 조중동과 종편의 눈초리는 매섭다.
그래도 틈이 있으니까 스며드는 것이다. 분열 프레임은 늘 그럴듯한 사실에 적당히 기초해서 만들어진다. 그리고 상호불신이라는 약한 부분을 파고든다.
역사가 있다. 일제강점기에 항일무장투쟁을 벌이던 혁명가 상당수가 일제의 분열 공작에 놀아난 동료들에 의해 살해되었다. 조직 내부의 경쟁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밀고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1987년 대선 당시 김영삼 지지자들은 김대중 후보를 ‘빨갱이’라고 했고, 김대중 지지자들은 김영삼 후보를 ‘바람둥이’라고 불렀다. 당연한 얘기지만 분열의 결과는 패배였다. 반성은 1997년과 2002년의 연합정치로 이어졌다. 집권에 성공했다. 그러나 오래가지 않았다.
2003년 가을 집권 민주당 내부에 난닝구(민주당 사수파)와 빽바지(신당 창당파) 논쟁이 벌어졌다. 결국은 다시 분열했다. 대가는 역시 참혹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전북을, 야당인 민주당은 광주와 전남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수도권과 중부권은 거의 전멸했다.
2007년 대선에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500만표 차이로 패했을 때 투표용지에는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민주당의 이인제,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후보도 있었다. 난닝구 빽바지 싸움의 파장은 2010년 경기지사 선거에까지 미쳤다. 여러가지 원인이 있지만 후보가 하필 빽바지 당사자였다는 점이 패인이었다.
현재의 야당이 여당보다 쉽게 분열하는 이유가 뭘까? 상대적으로 이상주의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상주의자들은 명분 싸움에서 지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한다. 기득권 세력에게 지면 ‘불의에 패했다’고 핑계댈 수 있지만, 같은 진영의 경쟁세력에게 지면 변명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차라리 정권을 내주는 쪽을 선택하기도 한다.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분열은 패배의 충분조건이요, 연합은 승리의 필요조건이다. 새정치연합에는 호남도, 386도, 손학규도, 문재인도, 박원순도, 김한길도, 안철수도 필요하다. 어느 한 세력이라도 이탈하면 미래가 없다.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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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성한용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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