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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무인기와 풍선, 그 공포의 확산 / 김보근

등록 2014-04-20 19:05수정 2014-04-21 10:08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4월 초부터 우리 사회에 ‘공포’를 조성하고 있는 무인기 사건을 보면서, 남에서 북으로 날려보내는 풍선들을 다시 생각해보았다. 그 풍선이 북한 사회에 조성하는 ‘공포’도 생각했던 것보다 클 수 있을 것 같았다.

파주와 백령도, 삼척에서 발견된 무인기는 여전히 정체불명이다. 국방부 등 정부 당국은 “북한 것이 확실해 보이는”이라는 말로 무인기를 설명하지만, 확증은 없다. 북한이 보냈는지 여부는 무인기 메모리칩에 담겨 있는 범지구위치결정시스템(GPS) 좌표를 확인해야만 알 수 있다. 귀환지점 좌표가 북한으로 나오면 북의 소행이라고 단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좌표가 남한의 어느 지점으로 확인될 가능성도 있다. 무인기를 북이 보냈는지 여부는 그때 가서야 확정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 무인기들이 이미 남한 사회에서 공포를 확산시키는 도구가 됐다는 것이다. 10㎏ 남짓한 이 무인기들이 청와대를 자폭테러로 공격하거나, 생화학무기를 싣고 와 공중에서 뿌리거나, 심지어 장차 소형 핵탄두까지 장착할 수 있는 ‘괴물’이 돼버렸다. 이런 공포는 보수언론과 국방부 등 정부가 합작으로 만들어낸 측면이 크다.

국방부 관계자들은 한때 “이 무인기들은 한눈에 봐도 군사용인 것이 확실하다”고 말하거나 “파주 무인기의 재질은 미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인 F-22 등에도 쓰이는 폴리 카본에이드(폴리카보네이트)”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무인기들은 중국 무인기 제작 회사에서 상업용으로 만든 모델일 가능성이 높다. 파주·삼척 무인기는 중국 무인기 회사인 트랜스컴사의 스카이(SKY)-09와, 백령도 무인기도 중국의 또다른 무인기 회사에서 만든 유브이(UV)-10과 길이 등 제원이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최첨단·군용”이라고 주장했던 이 무인기들이 실은 지도제작용으로 만든 값싼 상업용이었던 셈이다. 그런데도 다시 ‘북에서 개량했을 가능성’을 거론하며, ‘괴물 만들기’를 멈추지 않는다.

국방부는 또 “백령도 무인기가 황해남도 온천비행장에서 이륙했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14일 북한 국방위원회 검열단은 “온천비행장은 황해남도가 아니라 평안남도에 있다”고 밝혔다. 검열단은 “국방부는 백령도와 가까운 지역이 황해남도라는 것만 알고 있다 보니 온천비행장이 황해남도에 있는 것으로 발표”했다고 꼬집었다. ‘북한 무인기 만들기’에 몰두하다 보니 위치까지 왜곡 혹은 혼동했다는 것이다.

국방부의 이런 섣부른 주장들이 폭약을 운반한다 해도 겨우 1~2㎏ 정도에 그칠 작은 무인기를 괴물로 만들었다. 그 ‘괴물’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종북몰이 덕에 더욱 커진다. ‘북한 도발’ 주장이 아니면 모두 종북으로 모는 분위기 탓에, 조잡한 상업용 무인기가 만들어내는 공포를 사회가 제어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에서 북으로 날려보내는 풍선들에 대해 북은 어떻게 생각할까. 대북풍선단 등의 단체가 현재 북한 쪽으로 띄워보내는 대형 비닐풍선은 한 개당 7~8㎏의 물건을 실어나를 수 있다. 또 지피에스를 부착해 북한 지역의 원하는 장소에서 터지게끔 한다. 북에서 그 7~8㎏의 물건 속에 생화학무기가 포함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그것이 터무니없는 상상이 아님을 현재 무인기 소동이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북한 사람들 또한 ‘박근혜 정부는 흡수통일만 생각한다’는 불신에 갇혀 있는 한, 대북 전단용 풍선을 ‘엄청난 괴물’로 느낄 가능성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상호 불신은 남북 모두에서 공포를 낳고, 공포가 확산되면 적대감도 커진다. 그 적대감은 군사적 충돌로 귀결될 수 있다. 남북 모두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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