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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사회] 복종에 저항하기 / 김우재

등록 2014-05-05 18:51

김우재 초파리 유전학자
김우재 초파리 유전학자
‘5번 실험’. 1961년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의 남성 40명이 예일대 심리학 실험에 참가했다. ‘전기충격과 기억력의 관계’ 연구를 위해서였다. 피험자들은 옆방의 학습자가 정답을 틀릴 때마다, 15~450볼트까지 점점 전기충격의 강도를 높여 학습자를 처벌했다. 실험 주관자는 피험자 옆에 앉아 전기충격 버튼을 누르도록 독려했다. 그들 모두 4달러50센트의 참가비를 받았다. 중간에 실험을 그만두어도 돈을 받을 수 있었다.

훗날 ‘권위에의 복종 실험’으로 불리게 될 스탠리 밀그램의 연구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밀그램은 피험자 모두를 속였다. 실험은 기억력 테스트가 아니었고, 전기충격은 학습자에게 전해지지도 않았으며, 학습자는 연기 지망생에 불과했다. 실험 전 밀그램은 예일대학 동료들과 학생들에게 피험자들 중 몇명이나 최대 강도의 버튼을 누를 것 같냐고 물었다.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마지막 단계까지 버튼을 누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40명 가운데 26명, 피험자의 65%가 450볼트 바로 직전의 버튼을 눌렀다.

실험의 변주가 계속되었다. 이번에는 희생자가 전기충격의 강도에 따라 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사전에 학습자의 심장에 이상이 있다는 주의가 주어지기도 했다. 결과는 같았다. 피험자의 성별도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밀그램은 이 실험으로 심리학회의 징계를 받았고, 연구윤리가 개정되어 실험은 재현될 수 없었다. 하지만 약한 판본의 재현 실험들이 시도되었고, 밀그램의 결과는 확증됐다. 2010년 프랑스의 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는 약 6만원의 돈을 걸고 실험을 시도했다. 80명 중 64명이 최대 강도의 버튼을 눌렀다.

세월호 선박직 선원 전원이 구조되었다. 탈출 직전까지 객실엔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배가 기울기 시작하자 일등항해사는 선사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한 전략을 세웠다. 선사는 승객들의 안전을 최우선하라는 지시조차 하지 않았다. 선사는 선주에게 손해를 입히고 싶지 않았다. 선원들은 선사의 지시에 복종했다. 안내방송에 복종한 승객 모두가 죽었다. 대통령은 선장과 선원을 살인자로 몰았다. 관료들은 그 명령에 복종하느라 우왕좌왕했다. 세월호 참사는 권위에 맹목적으로 복종할 수밖에 없었던, 평범한 사람들의 비극이다.

‘17번 실험’. 밀그램은 피험자들이 맹목적인 복종을 거부하는 상황을 알고 싶었다. 피험자의 기질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성별의 차이도 없었다. 유일하게 피험자들이 복종을 거부하는 상황은 타인의 행동을 관찰했을 때 나타났다. 피험자가 버튼을 누르기 전, 피험자로 위장한 공모자가 버튼 누르기를 거부한다. 그리고 피험자의 차례가 온다. 10%만이 끝까지 버튼을 눌렀다. 10명 중 9명은 복종을 거부했다. 타인의 행동만이 평범한 우리에게 권위에 저항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한다.

‘스탠퍼드 감옥실험’. 밀그램의 친구, 필립 짐바도는 권위적인 조직이 개개인의 양심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지 연구했다. 세밀한 분석의 결과 그는 참극의 원인을 개인의 기질 문제로 환원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인간의 복잡한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질과 상황뿐 아니라 사회의 시스템을 고려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 사회의 시스템이 권위에 맹목적인 한, 이런 비극이 지속될 것임을 보여주는 사태다. 한국 사회 권위의 종착역은 대통령이다. 그런 직책에 있는 사람이, 맹목적 복종을 강요해선 안 된다. 복종에 저항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무기는 타인의 행동을 보고 얻는 용기다. 우리는 함께일 때 비로소 복종을 거부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침묵은 복종의 다른 이름이다. 함께 거리로 나설 때다.

김우재 초파리 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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