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을 덮쳤을 때, 한 민간의료보험 회사는 재해를 입은 가입자들에게 24시간 비상 전화상담 서비스를 제공했다. 상담원들에게는 급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재량이 주어졌고, 간부들은 바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콜센터에서 매일 대기했다. 새로 옮긴 다른 보험회사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도움을 호소한 한 여인은 이 서비스를 통해 남편의 긴급 수술을 무료로 해줄 의사를 찾았다. 사악하다는 말까지 듣는 미국의 민간의료보험 회사도 위기 상황에서 고객의 처지를 공감하고 돕는 데 총력 체제를 가동한 셈이다.
고객 서비스에 공감 혹은 감정이입(empathy)이 들어가야 한다는 ‘공감 엔진’(Empathy Engine)이란 용어가 있다. 고객의 문제를 감지해 공감하고 이를 고객 서비스에 지속적으로 반영한다는 개념이다. 당장의 비용을 따지면서 일선 담당자가 개별적으로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존의 접근 대신, 최고위급 간부에서부터 일선까지 조직이 총동원돼 고객의 문제를 알아내 이해하고 이를 해결함으로써 고객과 지속 가능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발상이다.
공감엔진은 미디어의 영역에서도 거론된다. 언론과 기자들이 공동체의 문제를 더 잘 이해하고 더 많은 영향을 미치도록 하려면 전면적인 ‘공감’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그 출발점은 공동체에 어떤 문제가 있고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듣는 데 있다고 언론학자들은 말한다. 취재 대상에 대한 공감과 연민 없이 의미 있는 기사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의 한 언론학 교수는 “기자들에게는 인간성을 잃지 않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기사의 도구로서가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인간적 관계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침몰 보도에선 희생자들의 아픔에 눈물을 흘린 언론인들과 희생자 가족들을 두고 막말을 한 언론사 간부들이 있다. 공감능력의 차이다. 어느 쪽이 신뢰를 얻었는지는 이미 분명하다.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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