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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5·24조치와 통일대박론의 ‘죽음’ / 김보근

등록 2014-05-18 18:35수정 2014-05-18 22:33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이 죽어가고 있다. 드레스덴 제안의 영향이 컸다. 제안 이후 북한이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 강도를 높이면서, 통일대박론도 ‘현실성 없는 꿈’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월28일 멀리 독일 드레스덴까지 가서 ‘인도적 문제 해결’, ‘공동번영을 위한 인프라 구축’, ‘남북 동질성 회복’의 3가지 대북 제안을 했다. 하지만 북한 국방위원회는 4월12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민족 반역과 위선, 반통일 속내로 얼룩진 시대의 퇴적물”이라고 이 제안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사실 드레스덴 제안의 내용들은 대부분 10·4 선언에 담겨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 제안에는 정작 서해평화지대 설치나 한반도평화체제 구축과 같은 10·4 선언의 핵심 내용은 빠져 있다. 장기판에 비유하면, 드레스덴 제안은 10·4 선언에서 ‘차·포를 뗀 뒤 남은 졸때기로만 만든 제안’인 셈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5·24 조치의 영향이 크다. 청와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드레스덴 선언을 구상하면서 5·24 조치를 피해가는 방법을 찾다 보니 이런 ‘졸때기 제안’이 나왔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가 2010년 지방선거 승리 욕심에 섣부르게 발표한 5·24 조치가 정권을 넘어서까지 민족의 화합과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셈이다.

드레스덴 제안이 나오기 전 많은 이들이 박 대통령이 5·24를 뛰어넘는 내용을 발표하기를 기대했다. 북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런데 드레스덴 제안이 ‘졸때기 제안’으로 여전히 5·24에 갇혀 있는 것으로 드러나자, 북이 비판적 태도로 돌아섰을 가능성이 크다.

실마리는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4월27일 발표한 대변인 성명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성명에서 북한은 “우리는 이미 박근혜에게 알아들을 만큼 할 말을 하였으며 성의와 아량을 보일 만큼 다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알아들을 만큼 할 말을 했다”는 주장은 지난 2월 중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을 지칭하는 것인 듯하다. 2월12·14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회담을 끝내며 북한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신뢰를 중시한다니 그 말을 믿겠다”고 말했다. 북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한-미 군사훈련 중에 진행하는 데 합의하는 ‘성의와 아량’을 보인 직후였다. 그런데 북한은 ‘졸때기 드레스덴 제안’을 보고는 “속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5·24 조치는 2010년 3월26일 우리 초계함인 천안함이 백령도 근처에서 침몰한 사건과 관련이 있다. 이명박 정부는 2개월의 짧은 조사를 거친 뒤 이를 북한 어뢰공격에 의한 폭침이라고 단정했다. 그리고 ‘개성공단 이외의 모든 남북교류를 단절하는’ 5·24 조치를 발표했다. 하지만 ‘북한 어뢰에 의한 폭침’이라는 결론은 우리 국민들마저 설득하지 못했다. 군함을 두쪽 낼 정도로 큰 파괴력을 지닌 어뢰 공격이 있었다는데, 천안함 생존자 58명과 사망자 40명 중 그 누구도 큰 외상이 없었다. 심지어 고막조차 다치지 않았다.

너무도 이상한 결론이지만 이명박 정부는 밀어붙였다. 만일, 당시 이명박 정부가 조사를 6월2일 지방선거 뒤까지 연장해 면밀하게 진행했다면 전혀 다른 결론이 나왔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박근혜 정부는 갈림길에 선 것 같다. 5·24와 통일대박론이 함께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드레스덴 제안으로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과연 박근혜 정부는 둘 중 어느 것을 살릴까. 그 선택이 통일대박론이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대한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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