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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한 말들이’ 세상을 바꿔야 / 김삼웅

등록 2014-05-28 18:20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세월호 참사 사건으로 정부조직 개편에서도 살아남은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취임 1주년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위지기자사(士爲知己者死)’란 문구를 적어 전달했다고 한다.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에게 목숨을 바친다”란 뜻이다. 놀랍다. 김기춘씨가 ‘선비’로 자처하는 것도 그렇고, ‘충성’의 대상이 국가가 아니라 임명권자라는 데 놀랍다. 마치 왕조국가 신하의 인식이다.

김기춘씨가 ‘선비’로 자처하는 것은 선비에 대한 모독이다. 자공(子貢)이 물었다. “어떻게 하면 선비라고 할 수 있습니까?” 공자의 답이다. “언제나 수치심을 가지고 자기의 언행을 욕되게 하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논어 자로’ 편) 민주공화제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유신헌법의 기초자, 부산지역 기관장들에게 지역감정을 조장하라며 ‘우리가 남이가’를 서슴지 않는 언행의 그가 선비라서 놀랍다.

자공이 다시 물었다. “그 다음가는 사람은 어떠합니까?” 공자는 말한다. “일가 친족들로부터 효자란 칭찬을 받고 온 고을 사람들로부터 우애롭다고 칭찬을 받는 사람이다.”

‘효자’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우애’는 아닌 것 같다. 입법·사법·행정부 수뇌부를 비롯하여 권력의 핵심부서장 대부분이 피케이(부산경남) 출신으로 채워진다. 그의 고향 사람들과만 우애하고 지역안배나 국민통합은 안중에 없어 보인다. 물론 최종 인사권자의 책임이지만 청와대 인사위원장인 왕실장의 역할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자공이 또 물었다. “오늘날 정치를 맡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습니까?” 공자는 정색을 하고 말한다. “아! 한 말들이밖에 안 되는 작은 기량을 가진 사람이야 논할 바 못 된다” ‘한 말들이’들이 국정을 농단한 것은 공자의 시대만은 아닌 것 같다.

세월호 참사는 인재로 시작하여 관재로 이어진 ‘이명박근혜’ 정권의 ‘적폐’다. 각종 규제를 ‘암덩어리’로 매도하고, ‘관피아’ 척결을 공언하면서 산하기관장에 줄줄이 낙하산을 투하하는 몰염치는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를 예비하고 있다.

설계수명이 끝난 원전의 재가동, 그것도 이명박 관리들의 ‘원전비리’로 가득 찬 고리 1호기 수명 10년 연장 등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공포의 대상이다. 세월호 참사는 300여명의 고귀한 인명을 잃었지만, 원전의 재난은 300만명 이상의 참사를 가져온다는데도 정녕 ‘한 말들이’들은 관심도 없는 것 같아서 더욱 불안하다.

세월호 참사는 ‘이명박근혜’ 정권 역주행의 종합편이다. 국가기관이 부정선거를 주도하고 정보기관이 간첩을 조작했다. 세계적 언론감시단체 프리덤하우스가 발표한 2014년도 언론 자유 순위에서 한국은 68위로 지난해보다 네 단계나 추락했다. 국제노동조합총연맹이 139개국의 노동자권리지수를 산출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한국은 최하위 5등급에 속한다. 부끄럽고 창피하다. 국격과 선진화를 구호로 내건 위정자와 추종자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의 사전과 국민이 보는 사전은 다른가?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언론 쓰레기’로 불리던 언론인들이 궐기하고 있다. 더 이상 청와대 나팔수가 되기를 거부하면서 공영방송의 자율성 회복에 나섰다. 야당이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선거가 제기능을 못하면 인재와 관재는 되풀이된다. ‘한 말들이’들이 국정을 전횡하게 놔두면 나라의 운명은 암담하다. 이런 의미에서 6·4 지방선거는 세월호 참사의 적폐를 청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싶다.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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