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나라 전체가 비리투성이 같다.”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이던 2011년 6월 중순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한 말이다.
검찰 수사에서 금융당국과 사정기관의 고위층은 물론이고 권력 실세들까지 연루된 갖가지 불법·비리 의혹이 불거졌다. 의혹의 눈초리가 권력 핵심에까지 미치자 이 대통령은 ‘나라 전체’를 탓하며 교묘하게 여론의 관심을 흩트렸다. “부패와 비리가 우리 정권에서 유난한 게 아니라 10년, 20년 전부터 쌓여온 것”이라고 은근히 전 정권에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뒤 ‘과거의 적폐’ 운운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어법은 이 전 대통령에게서 전수받은 듯하다.
부정부패와 비리가 고착한 상태를, 경제적으로는 ‘지대 추구 행위가 만연해 있다’고 표현한다. 원래 지대라는 개념은 토지나 기타 시설물을 이용하고 점유한 대가로 지불하는 돈이다. 이런 지대로만 먹고사는 사람이 늘어나면 성장은 정체되고 분배도 악화한다.
지대의 개념은 요즘 더 넓어지는 추세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사회 다수 성원을 희생시켜 특정 세력들에게 이득을 몰아주는 여러 가지 행태’를 통틀어 ‘지대 추구 행위’라고 정의한다. 그는 특히 정치인, 관료, 법조인 등 공적 업무를 담당하는 집단이 지대 추구에 능숙한 솜씨를 발휘하며 막대한 보상을 챙기고 있다고 개탄했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지방행정 권력을 거머쥔 벼슬아치 중에 ‘도적들’을 잡아야 백성이 편하게 살 수 있다고 했다. 다산은 백성은 토지를 논밭으로 삼지만, ‘백성을 오히려 논밭으로 삼으며 백성의 껍질을 벗기고 골수를 긁어내는 것을 농사짓는 일로 여기는 자’를 도적으로 봤다. 4일 실시되는 지방선거는 이런 도적들을 걸러내는 과정이 돼야 할 것이다. 그래야 우리 사회의 지대 추구 행위를 줄일 수 있다.
박순빈 논설위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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