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가 먹을 사잣밥이 차려졌다. 저승길 신고 갈 미투리도 준비했다. 넋대가 떨렸다. 넋들이 소나무 가지를 흔들었다. 울음이 터져나왔다. 짐승의 시간을 물어뜯으며, 탐욕이 범람하는 바다를 건너 마침내 아이들이 돌아왔다. “어머니 아버지 선생님, 무서워요!” “분하고 원통해요!” 지난달 31일 인천 연안부두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 진혼굿에서 만신의 몸을 빌려 찾아온 어린 넋들은 울부짖었다.
만신 김금화가 가장 먼저 혼령을 불러들였다. 중요무형문화재 제82-나호 ‘나라 만신’ 김금화. 황해도 연백 출신으로 열일곱 살에 외할머니한테 내림굿을 받고 강신무가 됐다. 서해안 배연신굿과 대동굿의 기능보유자인 그는 백두산 천지에서의 대동굿, 독일 베를린에서의 윤이상 진혼굿, 사도세자 진혼굿, 백남준 추모굿 등으로 수많은 넋의 저승길을 닦았다.
진혼굿과 비슷한 말로 지노귀굿이 있다. 지노귀굿은 죽은 이의 한을 씻기고 좋은 곳으로 보내기 위해 망자의 가족이 무당을 불러 벌이는 굿으로 씻김굿과 같은 말이다. 이 굿은 영혼이 이승을 떠도는 기간인 사후 49일 안에 해야 한다. 3일이 바로 세월호 참사 49일째다. 이날 희생자 49재가 조계사 등 사찰과 진도 팽목항 등에서 일제히 봉행됐다.
김금화는 “기가 막혀서 할 말이 없구나. 장래가 촉망되는 아이들을 가져다 바다에 넣고 너희만 살려고 하니 부끄럽지 않으냐, 이놈들아! 몇 천 몇 백 배 죄를 갚아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다른 만신도 입을 열었다. “(아이들의 말로)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 주시고 도와주세요. 우린 갑니다.”
어찌 진도 앞바다의 어린 넋들뿐일까. 자본에 쫓겨 망루에 오른 용산의 넋들, 요양원의 화마에 하릴없이 목숨을 앗긴 넋들. 억울한 넋들 천지다. 만신의 말투로 천지신명께 빈다. “신령님 하느님 부처님,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세요. 그리고 절대로, 절대로 잊지 말게 해주세요.”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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