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빈 교육정책가
자율형사립고 폐지 여부가 문제되고 있다. 자사고는 2010년에 지정된 이후 올해로 지정기간 5년 만료를 앞두고 있다. 평가를 해야 할 시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자사고에 대한 평가는 매우 부정적이다. 가장 결정적인 문제점은, 원래 자사고 지정 취지가 기존의 입시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특성화된 창의적인 교육을 하자는 것이었는데, 막상 자사고 학사운영 과정을 보니 입시학원이나 다를 바 없는 입시위주 교육이었다는 점이다. 학생과 학부모들로서는 3배의 등록금을 내는 대신에 다양한 양질의 교육을 받고자 기대했을 텐데,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그래서 입학 경쟁률도 전반적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을뿐더러, 몇 개 학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학교가 미달을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책을 믿고 따랐던 학생과 학부모들의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일단 자사고에 입학했으나 실망하고 고1 때 전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자사고 스스로도 고민이라는 후문이다. 2013학년도부터는 대입 성적도 나왔지만 이 대입 성적이 뚜렷하지 않아서 ‘입시 명문’으로 가고자 했던 학교의 ‘숨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더욱 고민이라고 한다.
이러한 자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8월 자사고 전형 시기를 전기에서 후기로 바꾸는 방안을 내놓음으로써 자사고가 갖고 있던 기존의 ‘우선선발권’을 약화시키고자 하였다. 그러나 일부 자사고 학부모들의 집단반발로 그나마도 관철하지 못했다.
필자가 생각하는 자사고 문제에 대한 해법은 이렇다.
우선, 정부나 교육감 차원에서 자사고의 ‘정책 실패’를 솔직히 인정하고 이를 선언해야 한다. 앞서 보았듯이 개별 학교 차원에서는 자사고 학교당국이나 학부모들 스스로 자사고 지정 반납을 결정하기 어렵다. 자사고 정책으로 일반고들이 삼류 딱지를 달고 있는 현 고교체제도 더는 방치할 수 없다. 따라서 중앙정부 차원에서나 교육감 차원에서 자사고의 ‘정책 실패’를 선언하고, 자사고 전체에 대해 동일한 해결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옳다.
둘째, 이 경우 자사고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현재 받고 있는 교육을 그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등록금은 일반고와 똑같이 내도록 해야 한다. 자사고 지정은 취소되지만 ‘자율학교’ 지정은 새롭게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때의 자율학교는 입시위주 교육이 아닌 애초의 취지대로 다양하고 특성화된 창의적인 교육을 하도록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셋째, 자사고의 기존 ‘우선선발권’은 회수해야 한다. 자사고가 일반고보다 먼저 신입생을 선발하는 현행 방식을 고쳐야 한다. 자사고는 이제 일반고이므로 전기든 후기든 다른 일반고와 똑같은 방식으로 신입생을 모집해야 한다. 이제 일반고도 모두 ‘자율학교’로 방향을 잡고 있는 마당에 ‘특별한’ 대우는 필요하지 않다. 이참에 그동안 원래 취지에 안 맞는 입시위주 교육으로 문제가 됐던 외국어고의 경우도 자사고와 같은 방향으로 해결하는 것이 총체적인 고교 교육 정상화의 길로 보인다. 특목고인 외국어고는 일반고인 ‘외국어중점고’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할 만하다.
자사고 문제는 자사고 지정기간 5년이 만료되는 올해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지정기간을 부여한 것은 자사고가 일종의 ‘실험학교’였기 때문이다. ‘자율형사립고’라는 ‘실험학교’는 실패했다. 실패한 정책은 폐기해야 한다. 더 미루면 기득권과 정책 관성이 생겨서 해결하고 싶어도 해결하기 어려워진다. 자사고 폐지는 고교 교육 정상화의 새판을 짜는 핵심 열쇠다.
김정빈 교육정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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