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수 (사)오픈넷 이사
다음, 네이버, 카카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은 작은 인터넷 기술에서 출발하여 적게는 수조원에서 많게는 수백, 수천조에 이르는 자산가치를 가진 대형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들 기업 또는 창업자는 재미있는 상상으로 수많은 이용자의 환호를 만들어 냈다. 이들 기업이 만들어 낸 서비스는 관련 시장을 새롭게 만들어 냈고 세계 수십억 인구의 삶을 바꾸고 있다. 이들은 적지 않은 규모의 일자리를 만들어 냈지만, 다른 한편으론 경쟁 사업자의 일자리를 파괴하였다. 또한 행정부와 협력을 하기도 하지만 막강한 로비집단을 형성하여 정치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세력으로 성장했다. 때론 외압에 못 이긴 척 정보기관 및 사법기관과 협력하여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넘겨주고, 서비스 이용약관이라는 형식을 빌려 이용자에게 기업의 철학을 강제하고 있다. 왜 이들 기업들은 한편에선 멋진 서비스로 이용자를 감동시키고, 다른 한편에선 전통 기업과 똑같이 기업 이익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것일까. 이유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디지털 혁신을 선도하는 이들 기업 또한 여느 기업처럼 이용자 또는 소비자보다는 주주와 투자자 이익에 일차적으로 복무하기 때문이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이 세금회피를 일상화하고, 어처구니없게도 정보기관과 협력하고, 개인정보 보호를 겉으론 앞세우나 필요에 따라 사전예고도 없이 관련 정책을 기업 입맛에 맞게 바꾸어 버리는 행위들은 이른바 ‘주주 자본주의’의 피할 수 없는 결과다.
우버(Uber)라는 차량공유 서비스는 공유경제의 대표주자로 칭송받으며 현재 약 182억달러(약 18조6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우버한테 손님을 빼앗긴 미국과 일부 유럽국가의 택시업계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며, 조세당국은 우버를 탈세를 조장하는 기업으로 주목하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1월10일 우버의 창업자 트래비스 칼라닉을 한국 청년이 본받아야 할 혁신가로 소개했다. 그러나 <시엔엔>(CNN) 등 미국 언론은 칼라닉을 사업 파트너를 조금도 배려하지 않는 ‘쿨한 남성 마초’로 묘사하며 그의 사회적 책임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혁신가로 칭송을 받는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최근 국제노조총연맹에 의해 세계 최악의 경영인으로 뽑혔다. 독일 노조는 아마존의 비인간적인 노동조건에 대한 저항 수단으로 파업을 진행했다. 드롭박스, 넷플릭스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들 또한 무자비하고 사회적 책임의식이 없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디지털 혁신을 주도한다고 해도, 기업(인)이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이들 기업을 보도하는 저널리즘 또한 기술 혁신에 환호만 하기보다는 이들 기업에 대한 사회적 감시를 강화하고, 디지털 혁신이 가져오는 부정적인 사회효과를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창업자의 멋진 드라마를 조명하고, 감탄사를 연발하며 숨가쁘게 진행되는 혁신 서비스의 현장을 전달하는 일만이 저널리즘의 역할이 아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이들 디지털 기업은 더 이상 ‘닷컴버블’ 당시의 장난감 같은 실험들이 아니다. 이 기업들이 쏟아내는 서비스 혁신은 세계 경제와 사회를 매우 깊은 곳에서부터 뒤바꾸고 있다. 사회적 책임감이 없고, 환경 재앙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에 무관심하고, 고속 성장을 위해 인간에 대한 배려는 헌신짝처럼 버린 한국의 이기적 경영인의 모습이 혁신 기업가 정신의 이름으로 디지털 기업에서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정수 (사)오픈넷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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