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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수면병과 소아마비 / 박순빈

등록 2014-06-23 18:46

아프리카에서 주로 발생하는 수면병은 체체파리에 의해 감염되는 치명적 질병이다. 한번 걸리면 시도 때도 없이 잠만 자다 끝내 목숨을 잃기도 한다. 21세기에도 감염자와 사망자 수는 계속 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TO)에 따르면, 해마다 50여만명이 수면병에 걸리며 이 가운데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진 사람이 약 5만명에 이른다.

수면병 치료 약물은 미국에서 1990년에 개발됐다. ‘에플로르니타인’이라는 약물인데 미국 제약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사가 특허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수면병 치료제를 생산하지 않는다. 대신 이 약물을 여성을 위한 얼굴털 제거용 연고의 원료로 쓴다. 죽을 위험에 놓인 사람보다 이윤을 보장할 구매자를 찾는 게 ‘시장의 현실’이다.

의학 기술이 늘 시장 논리에만 지배되는 건 아니다. 연구자들의 조건 없는 헌신에 힘입어 값싸게 대량으로 공급되는 약품도 있다. 소아마비 백신이 그 경우다. 소아마비 예방백신은 ‘소크 백신’이라고도 불린다. 미국의 의사이며 예방의학의 선구자인 조너스 에드워드 소크(1914~1995) 박사의 성에서 따온 것이다. 그는 7년여 연구 끝에 포르말린으로 소아마비 바이러스를 비활성화하는 방법을 찾아내 1955년 백신 개발의 성공을 공표했다. 하지만 소크 박사는 백신 제조법을 그냥 뿌렸다. 왜 특허 등록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늘 이렇게 반문했다. “태양에도 특허가 있느냐?”

값싼 백신 덕분에 소아마비는 한때 박멸 직전까지 갔다. 세계보건기구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서태평양 지역에 대해선 2000년 박멸을 선언했다. 그런데 얼마 전 이 기구는 파키스탄과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7개국에서 소아마비가 다시 번지고 있다고 경보를 발령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전쟁 등으로 백신 예방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소크 박사가 살아 있었으면 통탄할 일이다.

박순빈 논설위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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