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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봉인 풀린 박근혜 지지도 / 한귀영

등록 2014-06-24 18:28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그렇게 견고하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가 위태위태하다. 갤럽 조사에서는 긍정 평가 43%, 부정 평가 48%로 취임 이후 처음으로 부정 평가가 우세했다. 정기적으로 국정운영 지지도 조사를 해온 한국리서치, 리얼미터의 결과들도 지난달과 비교해 10%포인트 이상 지지도가 급락했다. 인사 참사와 불통 문제가 주요 원인이라는 데 별 이견이 없다. 한국리서치 6월 조사에 따르면 대통령의 공직 인사에 대해서는 24.6%, 소통에 대해서는 35.8%만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동안 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불가사의 그 자체였다. 정권의 정당성을 위협한 국정원 대선개입 논란, 국기 문란보다 정권 보위가 우선함을 보여준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유출 등 웬만한 ‘참사’에도 끄떡없이 50~60%가 유지되었다.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 ‘안녕들 하십니까’의 확산, 그리고 세월호 참사 때조차 지지도 하락은 잠시였을 뿐 곧 회복되었다.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표현되는 보수 우위의 정치지형에다 약 30%의 충성도 강한 지지층, 그리고 원칙과 소신이라는 정치적 이미지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이번에는 어떨까?

몇가지 짚어봐야 할 대목이 있다. 먼저, 세월호 참사도 견딘 지지도가 왜 이 시점에 하락하고 있는가다. 세월호 국면에서는 책임을 무책임한 해경, 파렴치한 유병언 일가에게 돌릴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인사 문제는 오롯이 대통령이 책임져야 하는 영역이다. 거듭되는 ‘인사 참사’ 속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층조차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긍정 평가가 43%에 불과하다. 작금의 ‘인사 참사’는 노선이나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의 문제다. 지지자들도 비상식의 문제 앞에서는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둘째,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동안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평가를 유보했던 이들이 본격적으로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한번 지지를 철회한 이들이 다시 지지하기란 쉽지 않다. 임기 초반에는 배가 약간 기우뚱하더라도 대통령이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 그 지시에 따라 기다릴 수 있었다. 더욱이 뛰어내리려면 구명정이나 최소한 구명조끼라도 있어야 하는데, 무기력하고 무능력한 야당을 믿고 무턱대고 뛰어내릴 수는 없는 법 아닌가?

거듭된 인사 참사와 이 과정에서 드러난 오만과 불통은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 이전과 달라진 바 없음을, 그래서 복원력을 상실했음을 의미한다.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국가 시스템의 오작동에 대해 박 대통령은 ‘국가대개조론’을 내세워 돌파하려 하지만 국민에게 비친 모습은 권력 유지를 위한 ‘퇴행적 행보’일 뿐이다. 그 결과 진짜 대대적인 개조가 필요한 대상은 바로 박근혜 정부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국민들도 침몰하는 배에서 뛰어내려야 한다는 것을 서서히 깨닫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이미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한 박근혜호, 문제는 속도다. 충성도 높은 지지층과 존재감 없는 야당은 그동안 침몰의 속도를 늦춰주었던 일등 공신이었다. 7·30 재보선은 그 속도에 가속도가 붙을지, 제동이 걸릴지를 가늠하는 계기다. 낮은 투표율이라는 재보선의 특성상 박 대통령 지지층이 다시 결집한다면 속도가 늦춰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미 고장으로 기울기 시작한 배가 복원되기는 어려운 법, 반쪽 지지층에 의존해 권력을 유지하고자 몸부림칠수록, 외면당한 반쪽 유권자들이 늘어갈수록 배는 더 빨리 기울 것이다. 가만히 있을 때가 아니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hgy421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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