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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사회] 스마트 소비사회의 유혹 / 강정수

등록 2014-07-09 20:34

강정수 (사)오픈넷 이사
강정수 (사)오픈넷 이사
소비는 달콤하다. 거리 도처에, 인터넷 구석구석에 소비의 유혹은 거세다. 서류 한장을 나르는 퀵서비스가 자동차 사이로 곡예운전을 이어간다. 밀려드는 야식 주문에 늦은 밤에도 오토바이는 거리를 질주한다.

2014년 6월18일 아마존의 최고경영자 제프 베조스는 ‘파이어폰’이라는 스마트폰으로 다가올 소비사회의 극한을 제시했다. 기술 측면에서 본다면 파이어폰은 여느 스마트폰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격은 2년 약정에 나름 낮은 수준인 199달러다. 기술과 가격 모두 환호성을 지를 수준은 아니다. 파이어폰은 ‘파이어플라이’라는 스캐너를 장착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파이어플라이 기능을 크게 유용하지 않은 장난감 기능이라 폄하한다. 파이어플라이와 결합된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를 간과했기 때문이다. 파이어플라이는 1억개가 넘는 제품, 음악, 영화, 드라마 등을 순식간에 인식하고 가격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아마존 파이어폰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1년간 무료로 제공되는 아마존 프라임은 어떤 제품을 구매하든 택배비가 없다. 단돈 1달러 제품을 구매해도 택배비는 없다. 1년에 99달러인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를 이용해본 사람은 그 소비의 달콤함을 뿌리치기 쉽지 않다. 잘 익은 수박을 본다면 파이어플라이를 클릭하면 그만이다. 콜라 6팩? 클릭 한방이면 해결된다. 택배비 걱정이 없기 때문이다. 아마존 프라임은 연필 한자루를 주문해도 무료로 배송한다고 광고하고 있다. 미국에 거주한다면 아마존 프라임 회원은 아마존이 보유한 모든 전자책, 영화, 드라마를 무제한 소비할 수 있다. 덤으로 음악도 맘껏 즐길 수 있다. 아마존의 목표는,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를 맛본 소비자가 과거의 삶을 불편하게 느끼게 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아마존은 당장에 이익이 되지 않는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도, 내가 독일에 거주하며 잠시 맛본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는 내 양심을 살짝 괴롭혔다. 이렇게 단품 몇개를, 이렇게 자주 주문해도 될까라는 고민과 싼값에 구매한 제품을 받을 때의 기쁨이 충돌했다. 소비를 만끽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평가는 유감스럽게도 가치판단을 피할 수 없다. ‘소비’를 마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삶과 사회의 목표로 여기는 일은 산업사회의 환상에 불과하다. 물론 소비사회가 지금까지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한 바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소비사회는 비만, (개인 및 정부)부채의 덫, 자원 고갈, 동물을 학대하는 대량축산, 비인간적인 노동조건, 문화에 대한 과도한 상업화 등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숙제를 양산했다.

산업화에서 비롯한 소비사회의 성격을 디지털 환경에서 바꾸기란 쉽지 않다. 티브이, 신문, 잡지, 옥외 간판에 머물렀던 광고 영역은 스마트폰, 좁은 엘리베이터 안, 지하철 및 버스 등 생활 곳곳에 비집고 들어온 지 오래다. 삼성, 구글, 아마존 같은 기업은 나름 소비를 억제해온 소비자마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무장해제시키고 있다. 구글 글래스, 스마트워치, 스마트 콘택트렌즈 등 웨어러블 컴퓨터는 스마트폰처럼 생활의 편리함을 분명 증대시킬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기들은 기업의 목표를 위한 수단일 뿐이다. 더 많이, 더 자주 저렴하게 소비할 수 있는 사회, 광고에 둘러싸인 삶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소비사회의 디지털 진화를 이른바 ‘낙수효과’와 연관시킨다. 1990년대 초반 대기업 사장님들만 이용했던 휴대전화기를 이제 온 국민이 이용하고 있지 않느냐고 강변한다. 스마트폰에서 비롯된 기술혁신의 신세계. 그러나 달갑지만은 않다.

강정수 (사)오픈넷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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