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설집 <재수없는 금의환향>에 이문구씨가 쓴 발문이 그 무렵 한참 화제가 되었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이문구씨 발문이 좋더라는 소리는 하면서 내 작품 좋다는 말은 없었다. 이건 꼭 결혼식장에서 신부 예쁘다는 말은 않고 들러리 예쁘다는 소리만 하는 꼴이었다.”
이문구 소설집 <산 너머 남촌>(1990)에 붙인 동료 작가 송기숙의 발문 한 대목이다. 자신의 책을 망쳐 놓은(?) 데 대한 ‘복수’로 이 발문을 쓰게 되었노라는 설명이다. 물론 망쳤느니 복수니 하는 말은 피차 허물없는 사이에서 우애의 돈독함을 과시하느라 동원하는 반어적 표현들이다. 발문이란 이처럼 책의 지은이와 발문 필자 사이의 신뢰와 깊은 이해에 바탕을 두기 마련이다.
요즘에야 시집이나 소설집 말미에 대체로 해설이 실리지만, 근대문학 초창기 이후 상당히 오랜 뒤까지도 해설보다는 동료 문인의 서문이나 발문을 싣는 게 일반적이었다. 윤동주 시집에 쓴 정지용의 서문, <정지용 시집>에 쓴 박용철의 발문이 대표적이다. 발문의 존재 이유는 책 지은이의 사람됨과 인간적·문학적 이력, 지은이와 발문 필자의 관계 등을 친근하고 재미있게 밝혀 두어 독자가 본문 수록 작품에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가교 구실을 하는 데에 있다. 문인 중에는 특히 발문에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이가 있는데, 작고한 이문구가 대표적이었다. 이문구 이후로 두드러지는 발문 필자로는 시인 이문재와 소설가 한창훈 등을 꼽을 만하다.
최근 출간된 양정자 시집 <아기가 살짝 엿들은 말>(실천문학사)에는 시인의 남편인 소설가 현기영이 발문 필자로 나서서 눈길을 끈다. 책에 수록된 시 ‘그럴듯한 이유’에 “글 쓴다고 집안일에 무심하고/ 술 먹고 밖으로만 나돌던 우리 남편”으로 등장하기도 하는 그는 자칫 쑥스러울 수도 있었을 이 발문에서 “인공의 장식을 싫어하는 소박하고 솔직한 언어의 시들”이라며 아내의 시를 높이 평가한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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