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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박 대통령과 한반도 평화의 길 / 이종찬

등록 2014-07-14 18:28

이종찬 신한대 부설 한민족평화통일연구소 이사장
이종찬 신한대 부설 한민족평화통일연구소 이사장
지난 대통령 선거 때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안보·통일 정책을 지켜봐왔다. 박 대통령이 3개의 동심원을 그려간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가장 작은 원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중간은 ‘동북아 평화 구상’, 그리고 가장 큰 원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역대 대통령 가운데 노태우의 ‘북방정책’과 김대중의 ‘4대국 안보론’ 및 ‘대북포용정책’ 정도가 필적하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실제는 어떠한가? 박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반이 지났어도 구체적인 진척이 보이지 않는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북이 먼저 신뢰의 진정성이라는 ‘인증샷’을 보내라고 주문하는 바람에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번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문을 계기로 두번째 원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여전히 진전이 없는 것 같다.

심지어 중국 쪽이 ‘내년에 제2차 대전 종전 70주년 행사를 공동으로 하자’고 제의했음에도 우물쭈물 넘기고 말았다. “그것 좋은 생각이다. 기왕이면 북한과 일본까지 초청해 공동 평화행사를 하자”고 역제의를 할 순 없었을까? 지난 6월 유럽에서 열린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행사는 미, 영, 프, 러는 물론이고 독일까지 참여해 평화행사로 진행됐다. 한국 외교의 고질적인 한계, 즉 한-미 동맹에 손상이 가서는 안 된다는 조바심을 내고 한-미-일 안보 구조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여전했다.

미국과 중국이 대결하고 한국이 사이에 끼여 있는 구도에서는 동북아 평화 구상은 달성하기 어렵다. 20세기 냉전식 구도라면 한국은 항상 미국과 일본의 눈치만 살펴야 한다. 이제 대한민국은 경제력이나 군사력 모두 대한제국 때와 다르다. 한국이 주동이 되어 동북아에서 중국과 일본의 군비경쟁을 자제시키는 등 동북아 평화 구상에 적극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다. 한-미 동맹에 새로운 역할을 맡길 수도 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주한미군의 위상에 대해 “지금은 대북 억제력으로서 존재하지만 북핵 문제가 해결되고 북-미 수교가 되면 동북아 군비경쟁의 균형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적 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도 이해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박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동심원을 하나씩 채워 나가야 한다. 그러자면 가장 작은 원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구체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다행히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 북의 선수단, 응원단이 참여한다. 선이후난(先易後難)이라고 쉬운 문제부터 차근차근 적극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그러고도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 그것은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는 일이 될 것이다.

동북아 평화 구상을 위해서라도 6자회담의 재개를 다시 생각하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외교와 안보에 관한 한 카터 정부만큼 무능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카터가 이란 문제에서 헤어나지 못했듯 오바마도 중동에 매달리느라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역할을 모두 방기하고 있다. 아시아로 회귀한다는 것도 말뿐이다. 대북관계는 ‘전략적 인내’라는 핑계로 사실상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 우리도 덩달아 미국과 같이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미국의 등을 떠밀어서라도 6자회담에 나서도록 설득해야 한다. 6자회담은 한반도 평화 문제뿐 아니라 동북아 집단안보협력의 기초가 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가 결코 길지 않다. 지난 대선 때 내놓은 구상들이 한갓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겨지기를 기대하는 국민이 적지 않음을 다시 강조한다.

이종찬 신한대 부설 한민족평화통일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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