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교향곡 마지막 악장의 마지막 5분. 관악기와 타악기는 숨을 죽인다. 오직 현악기만이 작은 숨소리를 낸다. 구스타프 말러는 그의 마지막 교향곡 9번 4악장의 마지막 마디에 ‘죽어가듯이’(ersterbend)라고 적어놓았다. 선율은 끊어질 듯하다가 몇 번이나 다시 이어진다.
말러는 이 부분에서 자신의 가곡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중 네번째 곡 ‘아이들은 잠시 외출했을 뿐이다’에서 따온 선율을 들려준다. “아이들은 우리보다 먼저 천국으로 떠났을 뿐이다. 우리도 곧 그 광명 넘치는 천국으로 아이들의 뒤를 따라가는 것이다.” 말러는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뜬 어린 맏딸 마리아를 생각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어린아이의 선율은 채 마무리되지 못하고 피아니시시모의 여리고 긴 여운이 이어진다.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로 유명한 지휘자 임헌정이 ‘코리안심포니’와 함께 지난 1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말러 9번을 올렸다. 말러 9번은 ‘이별의 노래’로 불린다. 말러는 악보에 ‘오, 젊음이여! 사라졌구나. 오, 사랑이여! 가버렸구나’라는 메모를 남겼다. 현악기 주자들은 4악장 마지막 부분을 연주할 때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허공을 휘젓던 지휘자의 손이 멈춘다. 객석은 잠시 침묵으로 화답한다. 그다음 박수가 쏟아진다.
코리안심포니의 연주회 프로그램 북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들에게 삼가 위로를 전합니다”라고 쓰여 있다. 세상을 먼저 뜬 아이들을 위로하는 교향곡이 울리는 동안, 광화문광장에서는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 등 1만5000여명이 모였다. 이 집회에도 첼로의 선율이 흘렀다. 성악가는 자꾸 목이 메 노래를 제대로 부르지 못했다고 한다. 평범한 노랫말도 자꾸만 세월호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참석자들은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위로의 음악보다 정부의 제대로 된 응답을 듣고 싶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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