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는 종종 이탈리아에서 침몰한 초호화 여객선 콩코르디아호와 비교되곤 한다. 두 배 모두 선장이 도망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적 상황으로 보자면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람페두사섬 근처에서 가라앉은 이름없는 고깃배가 더 비슷하다. 아프리카 난민 500여명을 실은 배가 불이 난 채 뒤집어졌는데, 우리나라 해경처럼 이탈리아 구조대원들은 팔짱 끼고 구경만 했다. 지나가던 큰 선박들도 이들을 외면해버렸다. 배타적인 이민법 때문이었다. 그나마 150명이 살아난 건 ‘통통배’를 몰던 가난한 어부들의 노력 때문이었다.
처참한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간 사람 가운데 하나는 교황 프란치스코였다. 그는 석달 전에도 람페두사 난민수용소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당시 방문은 그가 교황 즉위 이후 바티칸에서 처음 행한 외부 공식방문 일정이었다. 교황은 사고 현장에서 이렇게 토로했다. “통탄할 노릇이다. 극도의 이기심과 물질만능주의로 치닫고 있는 세상이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현 사회가 만들어낸 참혹함이다. 우리는 이제 회개해야 한다.”
오는 16일 교황이 오면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4.5㎞’의 방호벽이 쳐진다. 금속탐지기까지 동원해 철통같은 보호를 할 거란다. 하지만 교황은 방탄복도 방탄차도 거부하는 사람이다. 우리 정부가 “방한 때 방탄 차량을 써달라”고 제안했더니 교황청 고위 성직자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그럼 교황님이 한국에 안 가실걸요.” 무시무시한 이탈리아 마피아를 향해 파문을 선언하고도 두발 쭉 뻗고 자는 교황이다. 그러니 방호벽은 교황 보호가 목적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그늘을 은폐하려는 용도에 더 적합해 보인다. 감추고 싶은 것 가운데 1순위는 아마도 여전히 진행형인 세월호 참극일 것이다. 교황이 농성하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손이라도 한번 따뜻하게 잡아줬으면 좋겠다.
김의겸 논설위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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