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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유럽의 로플레이션 / 이경

등록 2014-08-05 18:34

유럽의 물가상승률이 또 떨어졌다. 유럽연합 통계청은 유로지역(유로를 화폐로 쓰는 18개국)의 7월 소비자물가가 한해 전에 견줘 0.4% 오르는 데 그쳤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는 한 달 전보다 0.1%포인트 떨어진 것이자, 2009년 10월(0.1%)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지난해 10월 상승률이 0.7%로 하락한 뒤 0%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이처럼 극도로 낮은 현상을 로플레이션(lowflation)이라고 일컫는다. 낮다는 뜻의 영어 단어 로(low)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한 말이다.

물가상승률이 매우 낮아지면 좋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실질이자율이 높아져 은행 대출을 받은 사람이나 받으려는 사람에게 금리 부담이 커지게 된다. 나랏빚이 많은 국가도 마찬가지다. 이는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를 위축시키고 국가의 재정 지출을 제약하기 쉽다. 금융위기 여진이 이어지는 유럽으로서는 경기 회복의 또 다른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디플레이션(물가 수준의 지속적 하락)에 빠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그것에 버금가는 폐해가 빚어질 수 있는 것이다.

로플레이션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가격경쟁력이 개선돼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저축을 한 사람의 실질수익을 높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플레이션의 득실을 따져보면 이득보다 손실이 훨씬 더 크다. 로플레이션이 되면 탈피하기도 쉽지 않다.

그런 만큼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유럽중앙은행(ECB)에 부양책을 더 적극적으로 펴야 한다고 권고한다. 특히 양적 완화 정책의 시행을 서두르라고 촉구하고 있다. 6월 기준금리를 0.15%로 내리고 유럽중앙은행 예치금에 -0.1%의 금리를 적용하기 시작했지만 힘이 많이 달린다는 것이다. 로플레이션이 디플레이션으로 악화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유럽중앙은행이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하다.

이경 논설위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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