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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사회] 주4일 노동사회 상상 / 강정수

등록 2014-08-06 19:46

강정수 ㈔오픈넷 이사
강정수 ㈔오픈넷 이사
스웨덴 제2도시 예테보리. 예테보리에 위치한 일터 중 다수가 2014년 5월부터 하루 6시간 근무를 실험하고 있다. 여기에는 더 많이 쉬어야 더 높은 노동생산성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멕시코의 경제 대통령이라 불리는 카를로스 슬림은 주3일 근무를 주장하고 있다. 그는 주4일을 쉴 수 있다는 기대감에 노동자는 기꺼이 하루 10시간에서 11시간을 집중해서 일할 수 있다고 말한다. 주4일을 쉰 뒤 찾아오는 주3일의 노동생산성은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카를로스 슬림의 생각이다.

한국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금요일 오후 2시 퇴근제를 실시하고 있다. 4시간 일찍 퇴근하면 삶이 달라진다.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인 셰릴 샌드버그는 오후 5시30분 칼퇴근으로 유명하다. 노동이 종교인 실리콘밸리에서 샌드버그는 이단자다. 샌드버그는 ‘야후!’의 최고경영자 머리사 마이어와 함께 개발자 등 정보통신업계 노동자의 탈진증후군(burnout) 해결을 위한 노동시간 단축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1926년 5월1일 미국 포드자동차는 주40시간 노동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그 이후 약 90년의 세월이 흘러 인류는 다시 한번 노동시간 단축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의 산업화는 낮은 인건비와 장시간 노동에 발 딛고 있었다. 절대다수 경영자는 노동시간 연장이 기업 이익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에 동의를 표하고 있다. 그러나 눈을 유럽과 북미로 돌려 보면 이에 반하는 징후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노동의 양보다는 노동의 질이 중요하고, 적게 일하는 것이 때론 노동생산성을 높인다는 학술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컴퓨터, 알고리즘, 기계의 진화는 기업한테 높은 생산성을 선사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을 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으로 생산하는 중국의 폭스콘마저도 2015년까지 100만대의 기계를 도입해 저임금 노동자를 대체하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알고리즘 로봇이 스포츠 뉴스를 생산하고 있고, 법률 정보 시스템은 유무죄 가능성을 예측하고, 미국 일부 대학병원은 약사를 로봇으로 대체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5년까지 자동운항하는 트럭을 시장에 선뵈기 위해 질주하고 있고, 구글의 자동운항 승용차는 실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으며 택시 운전자를 가장 먼저 대체할 것이다. 인간 노동이 알고리즘에 의해 작동하는 기계와 경쟁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노동생산성의 질적 성장을 추구하지 않고 장시간 저가 노동을 주요 경쟁력으로 여기는 기업이 도태할 때가 얼마남지 않았다.

주당 40시간 노동 원칙이 유효성을 점차 상실하는 시대, 한국 경제와 한국 사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저녁 있는 삶’이라는 구호가 인기를 얻을 정도로 한국 사회는 여전히 장시간 노동이라는 늪에 빠져 있다. 40시간 노동 또는 야근과 철야 근무가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혹시나 기업 경쟁력을 잃을까 하는 경영진의 근거 없는 두려움에 기인한다. 노동생산성을 높여 이에 걸맞게 임금 수준을 높이기 위한 연구와 노력보다는 복잡한 유통구조와 기막힌 광고기법으로 매출을 확대하려는 관행이 존중받는 경영문화도 문제다. 기술력 부재도 한몫하고 있다.

복권과 대박을 노동의 늪을 탈출하는 동아줄로 여기는 사회에서 미래 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을까. 정신과 육체의 충분한 휴식을 가진 노동자가 생산성도 높고 로봇과 경쟁할 수 있다. 노동과 휴식의 성격이 변하지 않고서는 한국 사회의 진화는 아득할 뿐이다. 노동으로 삶이 고단하지 않은 사회. 주4일 일하는 노동사회에 대한 즐거운 상상이 질곡에 빠진 한국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을까.

강정수 ㈔오픈넷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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