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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왼손을 위한 협주곡 / 손준현

등록 2014-08-11 18:33

8월13일은 ‘세계 왼손잡이의 날’이다. 이날은 국제왼손잡이협회가 1976년 오른손잡이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왼손잡이가 직면하는 차별을 환기시키기 위해 제정했다. 그들은 오른손잡이가 쓰기 좋게 만든 도구나 도로체계 등으로 일상생활에서 많은 불편을 겪는다. 왼손잡이는 스포츠나 예술 분야에서 더 독창적인 능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왼손은 소외와 결핍의 의미로 쓰인다.

라벨은 1929년부터 30년까지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라장조’를 썼다. 오스트리아의 피아니스트 파울 비트겐슈타인이 제1차 세계대전 때 오른팔을 잃고 나서 라벨에게 곡을 부탁해 작곡하게 됐다. 라벨은 이 곡을 쓰기 전에 생상스의 ‘왼손을 위한 연습곡’을 연구하고 참고했다. 비트겐슈타인은 처음에는 이 곡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하게 됐다고 한다. 다른 작곡가들도 비트겐슈타인을 위해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을 썼다. 요컨대, 왼손을 위한 협주곡은 오른손의 부재로부터 탄생한 결핍의 산물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아트홀에서 ‘왼손 피아니스트’ 김민환의 공연이 있었다. 그는 미국의 명문 이스트먼음대에 다니던 중 22살에 오른손에 마비가 오는 원인불명의 질환을 얻었다. 하지만 그는 이에 절망하지 않고 왼손만을 사용해 ‘왼손을 위한 협주곡’을 연주하며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고 있다.

소외의 의미인 ‘왼손’은 ‘꿈’이 되기도 한다. 김승희 시인은 1983년 시집 <왼손을 위한 협주곡>을 냈다. 이남호 문학평론가는 이 시집에 대해 “오른손이 밥 먹고 빨래하고 악수하는 일상의 세계를 담당한다면, 왼손은 일상을 벗어난 삶의 또 다른 세계를 담당한다. 그리고 생활을 초월한 세계로의 침투는 왼손이 맡을 수밖에 없다”고 평했다.

결핍과 소외를 넘어 꿈을 향해 나아갈 때, 왼손은 비로소 장엄한 음악과 문학이 된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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