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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슬픈 카나리아 / 박순빈

등록 2014-08-31 18:39

카나리아는 슬픈 새이다. 카나리아는 늘 하늘로 비상을 꿈꾸는 듯 쉬지 않고 노래를 한다. 그래서 시인 오남희는 “꿈을 나르며/ 타는 눈빛으로 지치지 않고/ 노래하는 카나리아이고 싶네”(‘꿈꾸는 카나리아’)라고 썼다.

카나리아의 슬픈 운명은 인간이 만들었다. 영국에서 광산업이 꽃피던 시절에 카나리아는 광부에게 필수 사육조였다. 광부들은 깊은 갱도에서 늘 카나리아를 옆에 두고 있었다. 탄광 안에 조금이라도 유독가스가 퍼지면 카나리아는 노래를 멈추고 횃대에서 비틀거리며 떨어져 광부에게 위험을 알렸다. 이로부터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을 알리는 신호를 ‘탄광의 카나리아’라고 빗대 표현한다.

경제 현상으로는 미국에서 2006~2007년 사이에 전개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를 꼽을 수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는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지속적인 금융완화 정책에다 금융회사의 무분별한 대출 확대가 빚은 참사이다. 서브프라임의 증가는 가계의 주택 소유 비율을 높이고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한 내수경기에 불을 지폈으나 주택가격 상승세가 멈추는 순간 세계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됐다.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얻어 집을 산 계층은 무더기 파산하면서 집을 빼앗긴 채 아직도 빚더미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가 또 부동산시장 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뒤 부동산시장 대책으로는 일곱번째이다. 앞서 여섯 차례의 대책은, 명목상으로는 ‘서민 주거 안정’ 또는 ‘주거복지 실현’을 내세웠으나 실제로는 가계부채의 확장을 통한 집값 띄우기에 초점을 맞췄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국민 체감경기가 좋아지려면 무엇보다 주택경기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높은 집값 수준, 누적되는 가계부채, 가계의 실질소득 정체에 따른 주택 구입능력의 저하 등 근본적인 여건의 개선 없이 주택경기만 띄우는 정책은 ‘슬픈 카나리아들’만 양산하는 것이다.

박순빈 논설위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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