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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머리를 얹다 / 김양희

등록 2014-09-09 18:36

머리(를) 얹다 (낮춤의 의미로 사용되어) 시집가다. <예시>“많은 남자와 사랑하고 교제를 해 봐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머리 얹어 준 첫 사내이다.” <유사어>‘국수를 먹다’, ‘귀밑머리를 올리다’, ‘머리를 올리다’, ‘면사포를 쓰다’. <반대어>‘상투를 틀다’, ‘머리를 풀다’.

머리(를) 얹히다 (낮춤의 의미로 사용되어) 여자를 아내로 취하다. <예시>“내가 머리 얹힌 여자들만 해도 대여섯 명이다.” “다음과 같은 말, 즉 ‘머리를 얹히다’, ‘계집 하나 줏었다’라는 말은 그녀가 설령 처녀이건 과부이건 간에 전통적인 혼인 의식을 거치지 않고 동거 생활을 하는 경우에 사용되는 말인 것이다. 이 말은 또 초혼이라 할지라도 머슴이나 하인 등의 역시 신분이 낮은 계층의 결혼식을 뜻하기도 하는 것이다.”

<관용어 사전>(박영준·최경봉 편저, 태학사)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남영신의 한국어 용법 핸드북>(남영신 지음, 모멘토)에는 이렇게 풀이돼 있다. “‘머리를 얹다’는 과거 혼인한 여자가 떠꺼머리를 풀고 쪽을 찌기 위해서 머리를 위쪽으로 감아올리던 풍습에서 온 것으로 시집을 감을 의미하게 되었고, ‘머리를 얹어주다’는 주로 어린 기생과 상관함으로써 어린 기생이 어른이 되게 하는 것을 의미했다.”

골프를 시작하고 처음 필드에 나간 이들에게 “머리를 얹다”, “머리를 올리다”라는 말을 건넨다. 최근에는 첫 야외 캠핑 등에도 사용되는 추세다. 결혼 전야처럼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설레고 흥분되며, 당일에는 온갖 초보적 실수를 범하며 본의 아니게 주변에 민폐를 끼치는 데 빗대어 관용적으로 쓰이는 말이지만 언어의 파생 경위를 찬찬히 곱씹어 볼 필요는 있다. 무의식적으로 입에 밴 그 말이 사실 상대를 하대하거나 성 담론을 짙게 품은 언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말은 사람의 인격이요, 품격 아니던가.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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