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는 익숙하면서도 쉽지 않은 개념이다. 이 말이 유래한 서양에서도 여러 차례 변화를 겪었다.
시민사회는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polis)에 뿌리를 둔다.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의 무대인 폴리스는 ‘공공 생활의 모든 영역’을 의미했다. 공공은 개인과 직계가족·가정을 뜻하는 ‘사적인 것’과 대비된다. 정치체(polity), 가치(종교), 시장은 폴리스 안에서 균형을 유지한다. 16세기 이탈리아의 도시국가 피렌체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술이 라틴어로 번역되면서 폴리스는 ‘소키에타스 키빌리스’(societas civilis)로 표현됐다. ‘시민사회’라는 말의 시작이다. 이후 귀족과 군주 엘리트들이 권력을 독점한 국가가 도시국가들을 지배하게 되자 시민사회 개념에서 국가가 배제되기 시작한다. 18세기가 되면 ‘시민사회 대 국가’라는 사고가 자리잡는다. 시민사회의 범위는 19세기에 더 축소된다. 특히 마르크스주의자들에게 시민사회는 인간을 자신의 고유한 유적 생활에서 소외시키는 시장과 동의어였다.
20세기 말에 새롭게 부활한 시민사회는 이제 ‘공적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만 국가·기업 등의 권력 외부에서 활동하는 조직과 비공식 집단’을 뜻한다. 정부·정당 등 정치체와 시장은 시민사회와 구별된다. 시민사회는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공적 갈등, 담론, 타협과 이해, 다원성·차이·긴장의 정당성 인정 등을 지향한다. 영국 사회학자 콜린 크라우치는 <왜 신자유주의는 죽지 않는가>에서, 국가·시장·기업만으로는 불가능한 진정한 다원주의를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이 시민사회에 있다고 말한다. 이런 시민사회를 상징하는 것이 비정부기구(NGO), 비영리단체(NPO) 등을 포괄하는 시민단체다.
우리나라 시민단체는 1990년대 이후 크게 발전했다. 당시 시민단체의 새 장을 열었던 참여연대가 최근 창립 20돌을 맞았다. 앞으로도 공적 삶의 내용을 풍족하게 하는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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