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공격적 담론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오랫동안 대립의 축으로 작용해 왔던 이념갈등이나 정치적 견해 차이만의 문제는 아니다. 소소한 일상의 문제를 두고서도 모멸, 좌절, 분노, 공격, 보복으로 이어지는 담론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1년 내내 감정과잉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신문사 누리집의 댓글과 같은 온라인 공간에서 더욱 쉽게 확인된다.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온라인에서의 공격적 표현에서부터 최근 아파트 난방비리를 둘러싼 김부선씨의 폭행 논쟁, 연예인의 사생활 등 크고 작은 사건 기사의 댓글을 읽다 보면 모든 주제에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이해적 담론보다는 공격적 담론에 익숙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터무니없다고 여겨지는 극단적인 공격 표현들은 읽는 이에게 좌절감을 안긴다.
앤서니 스토는 ‘야만적 충동’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인간이 생물학적으로 공격성을 가지고 있다고 했지만, 많은 연구들은 인간 외부적 환경에서 많은 원인들을 찾았다. 그 가운데 하나인 ‘좌절-공격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목표가 가까워졌을 때 일어나는 좌절이나 어떤 상황이 목표 달성을 막을 때 공격적 반응이 크게 일어난다. 지금 온라인 공간에서 나타나는 분노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경험하는 정치·경제·사회적 좌절감의 표출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좌절 상황이 닥치면 가장 장벽이 적은 언어적 폭력으로 이를 해소하는 경향이 있다. 익명적 소통 공간인 온라인은 가장 적합한 표출 장소이다. 온라인에서의 언어적 폭력 행위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를 이러저런 이유로 정당화한다. 인지부조화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자신에 대한 상인 자아와 자신의 행동이 어긋나기를 원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생긴 긴장감을 자신의 행동과 생각을 일치시켜서 해결하려 한다. 이미 저지른 잘못된 행동은 되돌리기 어려운 반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태도의 변화는 손쉽기에 대체로 인식의 전환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다. 자신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기에 자신의 언어적 폭력이 정당한 방어나 공격이라고 합리화시켜 부조화를 없애려고 한다. 모욕을 당했을 때 나타나는 보복적 언어표현도 정당한 자기표현의 하나로 여긴다.
또 온라인에서 나타나는 공격적 표현은 동일한 수준의 보복을 유발한다. 한 심리학 실험의 결과를 보면, 모욕과 같은 공격적 행위에 노출된 피실험자들이 자기가 받은 만큼 또는 그 이상을 돌려주는 전략을 취한다. 하나의 공격적 표현이 또 다른 공격적 표현을 지속적으로 양산시키는 것이다. 온라인을 매개로 한 의사소통은 익명적인 상황에서 일어나고 상대의 맥락이 가려지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행동을 더욱 손쉽게 이끌어 내는 것도 이러한 현상에 한몫한다.
과잉공격과 과잉보복의 행동들이 반복되는 인터넷 공간을 통해 정치적 냉소주의가 사회에 만연해지고, 정치나 사회적 참여에 대한 효능감이 떨어지는 것이 걱정이다. 사회적 신뢰의 하락은 말할 나위 없다.
이러한 현상에 미디어도 책임이 있다. 언론 스스로 감정적으로 더 차분해야 하지만, 언론이 더 흥분하는 경우가 많다. 냉소나 분노를 부추기는 편향되고 흥분된 보도를 지양해야 한다. 또한 회사의 정체성에 맞는 온라인 댓글 관리 방안을 수립하는 것도 필요하다. 미국의 <허핑턴 포스트>는 과도하다고 할 만큼 엄격한 댓글 관리로 유명하지만, 누구도 이 정책으로 알 권리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의 미디어 정책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