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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하명기관 / 여현호

등록 2014-09-28 19:55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013년 4월23일 폐지됐다. 개정 전 규정에는 중수부가 “검찰총장이 명하는 범죄사건의 수사”를 맡도록 돼 있다. 중수부 폐지가 검찰개혁의 상징처럼 됐던 것은, 권력의 뜻이 바로 ‘검찰총장 하명(下命)’이란 간접적 형식으로 전해져 온갖 무리한 수사의 원인이 됐기 때문이다. 그런 사정은 나아졌을까.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논란이 불붙은 2013년 10월31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회의에서 의혹 규명 의지를 한참 강조한 뒤 “정부는 국가기관은 물론이고 공무원 단체나 개별 공무원이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엄중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날 새누리당은 공무원노조의 불법 선거운동 의혹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11월8일 검찰은 공무원노조 누리집 서버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선거법의 공소시효 6개월은 이미 한참 지난 뒤였다.

박 대통령은 또 11월25일 회의에서 “국민 신뢰를 저하시키고 분열을 야기하는 일들은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흘 전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의 ‘불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에서 박창신 신부가 한 발언을 두고 한 말이다. 11월26일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박 신부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세월호 침몰에서도 박 대통령은 공식 회의에서 다섯 차례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체포를 재촉했다. 결국 체포에 실패한 인천지검장은 검찰을 떠났다.

박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 발언이 도를 넘었다”고 말하자, 이틀 뒤 대검에서 유관기관 대책회의가 열리더니, 곧이어 인터넷 허위사실 유포를 단속할 검찰 전담팀이 발족했다. 법리나 판례, 국제 기준은 물론 포털업계의 사정도 아랑곳하지 않는 막무가내다.

어명의 다른 말로 하명(蝦命)이 있다. 지금 검찰은 대통령이 사실상 직접 지휘하는 하명(蝦命)기관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성싶다.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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