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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사회] 네트워크 불평등 / 강정수

등록 2014-10-01 18:44수정 2014-10-15 22:08

강정수 ㈔오픈넷 이사
강정수 ㈔오픈넷 이사
네트워크 사회 또는 인터넷 사회는 평등할까? 헝가리 출신으로 현재 미국 노스이스턴대학 물리학 교수인 버러바시는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답한다. 그에 따르면 연결망이 많은 네트워크 노드(node)와 상대적으로 적은 노드 사이의 연결망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는 경향성을 가지고 있다. 페이스북 친구가 많은 사람의 친구 수는 적은 사람의 그것보다 빠르게 증가하여 시간이 지날수록 친구 수 격차가 커진다. 버러바시에 따르면, 구글·페이스북 등이 중국과 러시아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결국 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밖에 없다. 네트워크에는 승자독식 법칙이 통한다는 뜻이다.

인류 구성원 모두가 스마트폰을 가지는 때도 머지않았다. 사물의 인터넷 시대도 성큼 다가왔다. 그만큼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인간, 스마트폰, 냉장고, 자동차 등 노드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그만큼 연결망이 강한 노드는 더욱 강해진다. 네트워크에 흐르는 데이터도 증가한다. 그만큼 네트워크 강자인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특정 인터넷 서비스 기업에 데이터가 쏠려 데이터 집중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데이터가 쏠리니 자연스럽게 구글 검색 광고, 유튜브 광고, 페이스북 광고 등 세계 광고시장 수익이 소수 기업에 몰리고 있다. 이마케터(eMarketer)의 분석에 따르면, 2013년 세계 모바일 광고 수익의 약 67%를 구글과 페이스북 단 두개 기업이 가져갔다. 세계 디지털 경제의 자본이 소수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이렇게 돈을 긁어모으고 있는 구글은 기술연구에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면서 인간 도움 없이 스스로 주행하는 자동차를 개발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구글은 미래 먹거리 경쟁에서도 크게 앞서고 있다. 구글은 2005년부터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에 위치한 대학 도서관의 책들을 통째로 스캔하고 있다. 2013년 기준 이미 3000만권에 대한 스캔을 완료했다. 여기에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자동번역 기술이 결합하여, 프랑스어, 독일어로 기록된 지식에 대한 영어권 이용자의 접근이 쉬워진다. 지식 집중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렇게 네트워크 격차가 데이터 집중, 자본 집중, 지식 집중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독일 경제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은 구글에 대한 강제 기업분할을 주장하고 있다. 1877년 설립된 미국 벨(Bell)전화회사는 거대 독점기업으로 성장했다. 그 결과 벨전화회사는 1983년 미국 반독점법에 따라 7개 회사로 쪼개졌다. 이 사례를 들며 네트워크 격차에 기초해 자본 집중 및 지식 집중을 실현한 구글에 반독점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유럽 정치권에서 힘을 얻고 있다. 구글에 대한 이러한 강제적인 기업분할 주장의 이면에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적이고 불법적인 이용자 감시에 대한 유럽 시민의 두려움에 편승하려는 정치권의 대중영합주의가 숨겨져 있다. 그러나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일부 미국 기업에 디지털 경제 주도권을 사실상 넘겨준 유럽 국가들의 두려움을 마냥 국수주의로 치부할 수 없는 노릇이다.

지금까지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에 기초해서 국가별 디지털 격차를 논해왔다. 이 기준에 따르면 한국은 노르웨이와 함께 대표적으로 디지털 격차가 작은 정보기술(IT) 강국이다.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도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망, 통신망, 스마트폰 등 물리적 우위는 시간이 갈수록 약화될 수밖에 없다. 네이버, 다음 등과 같은 인터넷 서비스 기업이 풍부하지 않은 네트워크, 이용자의 다양성이 위축받고 감시받는 네트워크. 우리는 아이티 강국에서 네트워크 빈국으로 변모한 지 오래다.

강정수 ㈔오픈넷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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