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예측을 두고 경제학자들은 ‘직관과 모형의 과학’이라고 한다. 실제로 성장률, 물가, 고용 수준 등을 알려주는 지표는 대단히 복잡하고 정교한 작업을 거쳐 나온다. 그래도 현실에서 경제 예측은 과학적이지 않다. 빗나가기 일쑤이다.
경제 현상을 미리 내다보려면 가격이나 수요, 공급을 증감시키는 요인들을 파악해야 한다. 문제는 모든 경제 현상에는 하나의 요인이 아니라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다른 조건이 변하지 않는다’라는 가정을 전제로 미래를 예측한다.
변수로 작용할 요인들을 모조리 파악했더라도 경제 예측은 정확할 수 없다. 어떤 현상을 일으킬지 측정할 수 없는 불확실한 영역이 너무 많은 까닭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불확실성은 ‘위험’과는 개념이 다르다. 위험은 확률적으로 계산할 수 있지만 불확실성은 파급 영향을 측정할 수 없다. 거시경제학의 선구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고용·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에서 위험과 불확실성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룰렛게임은 불확실한 사건이 아니다. 그러나 인간의 기대수명이라든지 날씨, 유럽 전쟁에 대한 전망 같은 문제들은 확률 계산을 해낼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 우리는 그저 모를 뿐이다.” 케인스는 경제의 불확실성을 측정할 게 아니라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며, 중요한 것은 이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내년 경제 전망 보고서가 쏟아지는 때가 됐다. 지금까지 나온 국내외 민간연구소의 보고서를 보면, 내년 경제 전망이 대체로 흐리다. 어두운 전망의 근거는 한결같다. 미국의 양적 완화 중단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조금 세련된 표현이라면 ‘경기 흐름의 하방 위험이 커졌다’는 정도이다. 어쨌든 ‘높은 불확실성’을 전제로 한 경제 예측에는 ‘잘 모르겠다’는 뜻이 숨어 있다. 경제 예측은 불확실한 과학이다.
박순빈 논설위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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