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아시안게임 폐회식에 참석하기 위한 북한 대표단의 전격적인 방문으로 남북관계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북한의 최고 실세라는 3인방이 왜 왔을까? 황병서는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총정치국장이라는 점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인사말을 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최룡해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겸 당비서는 북한 선수단을 격려하고 국가체육에 대한 김정은 제1위원장의 관심과 배려를 보여주기 위한 역할을 지닌 듯하다. 김양건 대남비서는 남북관계를 총괄한다는 점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듯하다. 3인방의 방한은 외형상으로는 북한 선수단 격려와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이지만 실제적으로는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담긴 듯하다. 북한은 과거부터 총정치국장을 대화 타결의 돌파구로 활용해왔고, 비록 이번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지만 그 파급력에 비추어 특사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왜 이들이 왔는가에 대해 왈가왈부하기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정홍원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오솔길을 냈는데 대통로를 열어 나가자”고 한 점이나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남북관계를 파격적인 사건으로 풀어 가자”고 한 점에서 남북 양쪽 모두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양쪽의 이야기처럼 이제 남북관계는 통크게 풀어 나가야 한다. 그간 남북관계는 당국간 불신의 골이 깊어 큰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명박 정부 이후 남북관계 경색의 장기화는 국민들로 하여금 남북관계에 대한 피로감을 더욱 뚜렷하게 하였다. 이번 북한 대표단의 방문을 계기로 여야를 비롯한 대다수 국민들은 이제 싸우고 대립하는 남북관계가 아니라 화해·협력하는 남북관계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양쪽 최고지도자의 결단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대표단이 만나자고 하면 만나겠다고 했다는 등 유연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남북대화가 정례화되어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도 남북관계 개선 없이는 미국과의 대화도, 북한 사회를 이끌어 나가기도 어렵다는 점을 이제는 인식해야 한다.
이번 방한을 통해 남북은 제2차 고위급 접촉을 10월말에서 11월초에 하기로 하였다. 2차 고위급 접촉은 시기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북한은 당 창건일 등 10월 행사를 종료한 뒤 동계훈련에 들어가기 전이며, 우리도 호국훈련 전이라는 점 등 큰 부담이 없다. 이번 고위급 접촉에서는 세 가지가 중요한 포인트가 되어야 한다. 첫째, 이산가족 문제 등 인도적 사안에서 북한의 통큰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수년 뒤엔 이산가족 1세대가 모두 유명을 달리한다. 하루빨리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둘째,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5·24 조치 해제나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 들을 전향적으로 풀어 나가야 한다. 북한은 현재 경제개발특구를 지정하여 외부의 투자유치를 원하고 있으나 금강산관광특구의 선례, 남북관계 경색 국면이 발목을 잡고 있다. 북한의 절박함을 활용하여 우리의 남북 교류협력과 관련된 입장을 가져갈 필요가 있다. 셋째, 남북간 정상적인 대화채널이 복원되어야 한다. 현재 남북 고위급 접촉은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역할에 한정하고 이제는 통-통 라인이 중심이 되어 상기 현안들을 협의해나가야 한다. 2차 고위급 접촉에서는 장관급 회담 등 남북대화채널을 복원하는 문제가 협의되어야 한다. 이행하기 쉬운 것부터 합의해 나가면서 신뢰를 쌓아 나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남북대화에서 본격 구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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