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가 동성애를 사법적 처벌 대상인 범죄(crime)로 규정한 지는 꽤 오래됐다. 693년 톨레도 공의회는 동성 간 성행위의 종류에 따라 짧게는 6일간 단식, 길게는 7년의 참회를 선고하도록 했다. 교황권이 강해진 12세기에는 처벌 수위가 높아졌다. 1179년 제3차 라테란 공의회는 동성애를 이단과 마찬가지로 높은 수준에서 처벌하도록 했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동성 간 성적 충동은 반자연적 범죄”라며 이를 뒷받침했다. 이후 동성애자들은 유럽 곳곳에서 화형을 당했다. 템플기사단이 1307년 동성애와 이단 혐의로 체포돼 몰살당한 것이 대표적이다. 영국은 1533년부터 1967년까지 동성애를 사형에 처할 수 있는 범죄로 규정해왔다. 미국 동부 13개 주는 1775년 독립전쟁 전까지, 스코틀랜드는 1885년까지 동성애자를 사형에 처했다. 나치는 수만명의 동성애자들을 죽음의 수용소로 보냈다.
2차 대전 뒤 유럽을 중심으로 동성애의 비범죄화가 확산됐으나, 가톨릭교회는 요지부동이었다. 1975년 교황청이 낸 ‘성윤리상의 특정 문제에 대한 선언’은 “동성애는 성서에서 극심한 부패행위로 단죄됐다”며 “결코 인가될 수 없다”고 밝혔다. 최근에도 교황청은 2003년 동성결혼 반대를 공표한 데 이어, 2005년 동성애자의 신학교 입학과 성직을 불허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런 교황청이 13일 “동성애자도 교회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은사(하늘이 준 재능)와 자격이 있다”며 이들을 “환대해야 한다”고 밝히는 문서를 내놓았다. 그동안에도 동성애는 반대하되 동성애자는 동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동성 결합도 매우 귀중할 수 있다”고까지 말한 이번 문서를 보면 ‘가톨릭의 혁명적 전환’이란 말이 나올 만하다. 그런 대변화의 한쪽에선 여전히 동성애가 범죄로 처벌되는 곳도 있다. 군대 내 동성애를 처벌하는 군형법 규정을 그대로 둔 한국이 그런 나라다.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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