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남북이 서로 양보하고 노력해 제2차 고위급회담이 성공리에 개최되었으면 한다. 고위급회담을 더 미루기에는 남북이 뚫고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남쪽 당국은 여러 의제 중에서도 ‘금강산 관광 문제’를 눈여겨봤으면 한다. 어쩌면 이번이 북한에서 금강산 관광 문제를 회담 의제로 제안하는 마지막 자리가 될 수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무슨 소리냐’ 할지 모르겠다. 이들은 ‘금강산 관광 수익이 대단하기 때문에 북이 관광 재개 요구를 포기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북-중 관광 실태를 살펴보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최근 나온 중국 <길림신문>을 보면, 2013년 북한을 찾은 중국 관광객은 연변 한 곳에서만 19만9000여명에 이른다. 이는 중국 관광청에서 발표한 2011년도 전체 중국인 북한 관광객 수 19만3900여명을 뛰어넘는 것이다. 2011년 관광객 수치도 2010년의 관광객 수 13만1100명보다 48%나 늘어난 것이다. 중국의 북한 관광객 수는 2010년 4월 중국이 북한을 해외 단체관광 가능 국가로 전면 개방하면서 급증해왔다.
중국 동북3성은 연변 지역뿐만 아니라 창바이현(북한 쪽은 혜산)·지안(만포)·단둥(신의주) 등 북-중 접경지역에서 북한 육로관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등 북한 관광을 경제성장의 한 수단으로 삼는 분위기다. 동북3성만이 아니다. 평양행 직항도 베이징·선양뿐 아니라 옌지(연길)·창춘·상하이·하얼빈·시안 등 중국 전역에서 경쟁하듯 생겨나고 있다.
북한 쪽의 노력도 상당하다. 북한은 중국 관광객들에게 무비자 관광을 허용했으며, 하루가 멀다 하고 다양한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등산·자전거·낚시·비행기애호가여행 등 ‘취미여행’을 비롯해서 하루 도보관광, 칠보산 침대열차 관광, 투먼~금강산 유람선관광 등도 등장했다. 이 가운데 자전거여행의 경우, 산악인들이 자기 자전거를 비행기에 실어 평양에 가져온 뒤 자전거를 탄 채 수십에서 100㎞까지 여행하는 상품이다. 또 나진에서는 중국인들이 자가용을 직접 몰고 도시를 관광할 수 있는 여행상품이 인기라고 한다. 북한은 2013년 북-중 국경도시인 온성을 관광개발구로 지정하기도 했다.
북-중 관광이 활발해지면서 심지어 중국 관광객이 여권 없이 북한 여행을 할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인터넷에 올라온 한 중국 여행사의 북한 여행 광고에는 “자동차면허증 등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증서만 있으면 조선 여행이 가능하다”는 구절까지 등장했다. 여행만으로 보면 북-중 사이엔 국경이 이미 사라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금강산 관광객 수는 1998년 11월18일 관광이 시작된 이후 연간 몇만명 수준에 머물다, 육로관광이 본격화한 2004년 이후 20만명 수준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30만명을 넘었던 적은 34만5천여명을 기록한 2007년이 유일하다.
통계로만 본다면, 중국의 북한 관광은 이미 예전 금강산 관광 수준에 도달했다. 북-중 두 나라의 관광 증진 노력이 계속되면 중국인 관광객 수는 35만명 수준도 곧 넘어설 것이다. 그 경우 북한이 남한에 금강산 관광과 관련해 아쉬운 소리를 할 이유가 없어진다. 아직은 열악한 북한의 관광인프라로는 쏟아지는 중국인 관광객을 수용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상황이 될 수 있다. 그때는 오히려 남쪽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를 북에 요청해야 할지 모르겠다.
금강산 관광도 언제까지나 남한 당국이 남북 대화 때 휘두를 수 있는 ‘보검’은 아닌 셈이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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