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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죽음과 소녀 / 손준현

등록 2014-10-21 18:34

시고니 위버가 주연한 <진실>이라는 영화가 있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1994년 만든 이 영화의 원제는 <죽음과 소녀>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작가 아리엘 도르프만의 희곡 <죽음과 소녀>를 영화로 만들었다. 이 희곡은 슈베르트의 현악 4중주에서 이름을 따왔다.

영화를 보면, 대학 시절 군사독재 정권으로부터 성고문을 당한 파울리나는 독재정권이 무너진 지 15년이 지나도록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의 남편은 어느 날 차 고장으로 길가에 서게 되고 한 의사의 도움으로 집에 오게 된다. 파울리나는 그 의사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직감적으로 자신을 고문한 사람임을 알아챈다. 파울리나의 눈을 가린 채,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를 틀어 놓고 자신에게 전기고문과 성폭행을 가하던 바로 그 사람! 파울리나는 고문 사실을 잡아떼는 그를 처형하기로 마음먹는다. 그 순간 완강히 부인하던 그가 죄를 인정한다. 파울리나는 그를 풀어준다.

이때 현악곡 ‘죽음과 소녀’가 흐른다. 상처와 복수의 감정이 어느덧 용서로 이어지는 대목이다. 현악곡 ‘죽음과 소녀’는 슈베르트가 죽기 2년 전인 29살에 작곡한 곡이다. 병마에 시달리던 그의 삶에는 죽음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이 곡은 죽음 앞에서 발버둥치는 소녀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실 슈베르트는 현악곡을 작곡하기 훨씬 전에, 이미 가곡 ‘죽음과 소녀’를 썼다. 독일 시인 클라우디우스가 쓴 같은 이름의 시에 곡을 붙인 것이다.

죽음 앞에 발버둥치는 소녀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 똑같은 이름을 달고 시, 가곡, 현악곡, 연극, 영화 등으로 돌고 돈다. 24일 연극 <죽음과 소녀>가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개막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원작의 8개 장면 중 3개 장면을 선별, 압축해 보여준다. 연출자는 “인간과 괴물 사이에서 고민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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