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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세월호와 바사호 / 김종구

등록 2014-10-27 21:08수정 2014-10-28 14:02

스웨덴의 스톡홀름에는 특이한 박물관이 하나 있다. 바닷속에 수장된 지 333년 만에 인양한 거대한 전함 바사호를 전시하고 있는 곳이다. 바사호는 ‘북방의 사자왕’으로 불리던 구스타브 아돌프 2세의 지시에 따라 건조된 당시 유럽 최대의 전함이었다. 이 배는 1628년 8월10일 스톡홀름항을 출발해 처녀출항에 나선 지 30분도 채 안 돼 갑자기 불어닥친 돌풍에 기우뚱하더니 그대로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구스타브 국왕은 격분해서 책임자 처벌을 공언했고, 선장 등 살아남은 승무원들과 수많은 관련자들이 재판정에 불려나갔다. 그러나 배의 건조 책임자인 헨릭 히베르트손(Henrik Hybertsson)은 이미 사망한 뒤였고, 선원들을 상대로도 업무 태만 행위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결국 이 사건으로 처벌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로부터 333년이 지난 1961년 4월 바사호가 극적으로 인양되면서 침몰 원인 규명 작업이 시작됐다. 그 결과 배의 복원성을 유지하기 위한 ‘밸러스트’(평형수) 무게에 비해 대포나 상부 선체, 돛 등의 하중이 너무 무거워 균형 유지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이 발견됐다. 특히 전함을 최대한 중무장하기 원한 구스타브 왕의 지시에 따라 설계 변경까지 하면서 상하층 포열갑판에 똑같이 24파운드 함포를 배치한 것도 균형 상실의 큰 원인이었음이 밝혀졌다. 강력한 전함으로 해상을 제패하겠다는 왕의 지나친 욕심이 화를 부른 셈이다.

세월호 인양 문제가 슬슬 거론되기 시작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27일 ‘인양 반대, 수색 지속’이라는 입장을 정리해 발표했으나, 시일이 지나면 인양 문제는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게 분명하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아직 인양의 목적과 사후 처리 문제 등에 대한 공론화 작업은 전무한 상태다. 인양된 세월호 선체를 박물관에 보관해 우리 시대의 ‘욕심과 무능’을 두고두고 일깨워주는 교훈으로 삼을지 여러 가지 생각해볼 대목이 많은 것 같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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