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수 ㈔오픈넷 이사
지난 10년간 종이신문의 광고매출과 독자 수는 계속해서 줄어들었다. 일부에서는 종이매체의 변함없는 매력을 근거로 과거의 영화를 되찾기는 힘들어도 종이신문이 미디어의 중요한 역할을 계속해서 담당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다른 쪽에서는 스마트폰 등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종이신문은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 예측한다. 종이신문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후자 의견이 우세다. ‘디지털 우선 전략’, ‘모바일 우선 전략’을 내걸며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언론사 혁신은 저널리즘의 새로운 이주처를 찾으려는 생존의 절박함에서 시작한다.
저널리즘 혁신의 핵심은 조직문화다. 공채 출신 기자‘만’이 대우받고, 디지털 영역은 주로 자회사 직원, 계약직 등이 담당하는 조직문화에서 혁신은 기대할 수 없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립 구도가 결국 기업 혁신을 가로막는 것처럼, 기자와 비기자 차별은 저널리즘 혁신의 시작을 불가능하게 한다. 지금까지 장기간 근무하며 어렵게 지켜온 자신의 위치가 흔들릴까 걱정하는 비기자직 노동자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혁신 인터넷 기술, 새로운 광고방식 등은 그들의 자리를 위협하고, 이들의 두려움은 변화에 대한 저항으로 쉽게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역사가 오래될수록 혁신의 가장 큰 걸림돌은 늘 내부에 있다.
인재를 뽑는 방법도 변해야 한다. 상식과 논술시험 등 낡은 방식보다는 블로그, 동영상, 개발 프로젝트 등 살면서 만들어온 작품집이 우선 평가 대상이다. 채용 방식이 바뀌어야 대학에도 시대에 뒤처진 교육 내용과 형식을 뜯어고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디지털 습관이 몸에 배어 있고, 직접 블로그를 운영하며 꼼꼼한 조사 능력과 시각 감수성을 스스로 길러온 디지털 인재가 절실하다.
비뇨기과, 성형외과 광고가 덕지덕지 덮고 있는 뉴스사이트를 버젓이 운영하면서, 토머스 제퍼슨의 “언론이 없는 정부와 정부가 없는 언론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후자를 선택하겠다”를 되뇔 수 있는지 따져볼 일이다. 혁신은 새로운 도구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바꾸는 일부터 비로소 시작한다.
문화가 변해야 조직의 오감이 살아날 수 있다. 광고주가 아닌 철저하게 독자를 위한 서비스로서 뉴스, 출입처 기자실을 떠난 기자·개발자·디자이너의 협업 공간, 언론의 사회적 영향력이 아니라 광고 효과를 철저하게 입증하는 서비스로 광고주 설득하기 등이 가능해진다. 뉴스사이트 방문자 수를 절대적인 경영 목표로 유지하는 동안 ‘기(자+쓰)레기’ 함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저널리즘 혁신을 주도하는 전세계 언론사 중 방문자 수를 신봉하는 곳은 없다. 방문자 수를 버리고 새로운 성과지표를 찾는 일 자체가 기자 및 구성원의 자존감을 살리는 길이며, 잃어버린 독자를 찾는 과정이며, 광고주에게 저널리즘의 경제가치를 설득하는 방법이다.
사회정책도 변해야 한다. 신문 수송비 지원, 조판 시스템 지원, 신문읽기문화 진흥 등에 집중된 ‘언론진흥기금’과 ‘지역신문발전기금’ 운영은 기득권의 명맥을 간신히 연장하는 방법일 뿐이다. 저널리즘 디지털 기술 혁신과 디지털 인재 양성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해야 한다. 기자 해외연수 지원보다 종이신문 제작국 노동자의 재교육이 값지다.
종이신문에서 피시로, 피시에서 스마트폰으로 뉴스 소비 습관이 변했다. 한번 바뀐 미디어 습관을 되돌릴 수 없다. 저널리즘 혁신은 생존의 문제다. 굳어버린 조직의 오감과 자존감을 되살리는 일이 혁신의 시작이다.
강정수 ㈔오픈넷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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