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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한국 복지국가운동, 어디로 / 이창곤

등록 2014-11-02 18:48

이창곤 인사·협력 부국장 겸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장
이창곤 인사·협력 부국장 겸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장
지난 금요일 뜻깊은 행사에 참여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20돌을 기려 연 심포지엄 ‘한국 복지국가 운동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었다. 특히 기자가 사회를 맡은 ‘복지국가운동단체에게 묻는다’란 심포지엄 2부 토론회에는 복지 관련 주요 운동단체가 대거 참여했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구의 우리복지시민연합 등에서 민주노총, 여성단체연합 등 기존의 사회운동 조직에 이르기까지 두루 함께했다. 보편적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10개 이상의 단체들이 자리를 같이한 것으로, 그 자체만으로도 역사적인 자리였다.

아마도 2011년 7월 출범한 복지국가실현연석회의 이래 이렇게 많은 복지운동단체가 머리를 맞댄 것은 처음이 아닐까 싶다. 연석회의는 전통적인 보건복지단체와, 양대노총 등 노동계를 비롯해 교육·여성·주거·의료 등 총 402개 단체들이 함께하면서 큰 기대를 모으며 결성됐으나 뚜렷한 활동을 벌이지 못했다. 오히려 “무책임한 사회운동의 전례를 남겼다”는 평가를 얻으며 해소됐다. 이날 각 단체는 활동상을 소개하고, 현 단계 좌표와 과제를 짚으며 나름의 운동전략을 제시했는데, 비록 그 내용의 편차와 강조점은 달랐지만 현실 진단에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것은 ‘세 모녀 사건’과 국밥값을 남겨놓고 자살한 노인의 사례에서 보듯 보편적 복지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점차 커지는데도, 한국의 복지체제는 시장화·영리화의 흐름을 타면서 더욱더 잔여주의적 형태로 고착화하고 있다는 우려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복지국가운동 진영의 새로운 좌표 설정과 뜨거운 연대가 절실하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은 듯하다. 우선 연대가 구체화하려면 각 단체의 대표나 대표급들이 참석해 뜻을 모아야 했지만, 대표가 참석한 곳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향후 이들 단체의 연대의 가능성과 수준은 단체들을 ‘소집’해 “초보적 수준의 전국적인 연대체”를 제언한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의 의지와 리더십에 상당 부분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상 사회복지위원회는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한국 복지운동사에 헌걸찬 존재감을 보여왔다. 오늘날 그나마 취약계층의 보루 구실을 하고 있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도입도 1994년 12월5일 이 위원회의 ‘국민생활최저선 확보운동 선언’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근년 들어 사회복지위원회는 차세대 양성과 내부 의견 조율의 실패 등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과거와 같은 영향력과 지위를 갖지 못하고 있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등 새 운동단체가 출현했고, 지역에서는 풀뿌리 운동단체들이 출현·성장하고 있으나, 이들 또한 과거 위원회 활동과 같은 실효성 있는 입법운동과 이슈 제기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의 혁신과 중심성 있는 리더십을 다시금 바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 복지국가 발전과 관련해 이들 복지국가운동단체들을 주목하는 까닭은 분명하다. 이들의 움직임이 장차 이 나라 복지 발전의 수준과 경로와 무관치 않은데다, 무엇보다도 복지국가운동의 주체 형성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날 각 단체가 뜻을 모은 ‘연대’가 실질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서로 손을 마주 잡기 이전에 각자 자신의 손의 상태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게 순서가 아닐까란 생각도 해본다. 내부적인 성찰을 선행하지 않는 연대는 과거 연석회의처럼 무책임으로 귀결돼 미약한 힘을 강화하기보다 더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곤 인사·협력 부국장 겸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장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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