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언제쯤 세계 금융위기의 여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유럽 경제가 좀처럼 부진의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거시지표들을 살펴보면 한결같이 우울한 수치가 눈에 띈다. 먼저 물가다. 유로지역(유로를 화폐로 쓰는 18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월 0.4%를 나타냈다. 로플레이션(lowflation) 상태로, 조만간 디플레이션에 접어들 수 있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유럽중앙은행의 물가안정 목표(2% 미만이되 여기에 접근)를 밑돈 지는 꽤 됐다. 고용도 사정이 나아질 낌새가 없다. 유로지역 실업률은 9월 현재 11.5%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성장도 그렇다. 지난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0.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 분기에 견줘서는 증가율이 0.0%로 정체를 기록했다. 유로지역이 경기침체(두 분기 이상 잇따라 마이너스 성장)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유로지역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0.8%, 내년 1.1%로 수정하면서 더 힘을 받고 있다. 이는 5월 전망치보다 0.4%포인트, 0.6%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유로지역이 다시 경기침체를 겪으면 2008년 이후 세번째다. ‘트리플딥 침체’(triple-dip recession)에 빠지는 것이다. 이례적인 상황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탈리아는 이미 이런 상태다.
트리플딥 침체는 더블딥 침체라는 말에서 파생했다. 경기가 침체에서 벗어난 뒤 이렇다 할 회복세를 타지 못한 채 다시 침체에 빠지는 현상을 더블딥이라고 하는데, 트리플딥은 이런 식으로 침체가 한번 더 이어지는 것을 가리킨다. 둘 다 상승(확장)과 하강(수축) 국면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통상적인 경기변동과는 다른 모습이다. 일부 전문가는, 더블딥이나 트리플딥 모두 본질적으로는 침체 현상이라는 점에서 지금 유로지역 상황을 대침체(great recession)로 기술하는 게 낫다고 주장한다.
이경 논설위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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