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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군사재판 / 박용현

등록 2014-11-12 18:25

우리의 군 사법제도는 제국주의 시대 영국에서 연원을 찾을 수 있다. 17~18세기 영국 해군과 육군에 근대적인 군법(Articles of War)이 도입됐고, 1775년 독립전쟁을 앞둔 미국 군대가 이를 차용했다. 미군의 군 사법제도는 8·15 해방 이후 미군정을 통해 우리나라에 전수됐다.

고대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군 사법제도는 군기 확립을 일차적인 목표로 삼다 보니 가혹한 형벌과 군 지휘관의 광범위한 개입을 특징으로 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 들어 세계적으로 개혁의 흐름을 타고 있다.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상당수 유럽 국가들은 평시의 군사법원을 폐지했다. 영국도 1997년 유럽인권재판소 판결에 따라 대대적인 개혁을 거쳤다. 포클랜드 전쟁에 참전한 뒤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시달리던 영국 군인이 총을 들고 난동을 부리다 군사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자 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했다. 재판소는 군 지휘관이 판사·검사를 임명하고 재판 결과에 대한 승인권까지 갖는 영국의 군 사법제도는 재판의 공정성·독립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결했다. 이에 영국은 군사법원과 군 검찰을 군인이 아닌 공무원의 지휘 아래 둠으로써 군 지휘계통과 완전히 절연시키는 개혁을 단행했다.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 중에는 미국만이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 있는데, 그렇다고 개혁 노력이 없는 건 아니다. 1951년 민간보다 앞서 피고인의 권리를 대폭 강화했고, 지난 6월24일에는 연방법 개정으로 성범죄를 비롯한 중대 범죄에 대해 지휘관이 마음대로 감형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육군 28사단 윤아무개 일병 사망 사건으로 군 사법제도의 개혁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여전히 지휘관이 사법절차에서 과도한 권한을 행사하는 구조에서는 군대 안의 온갖 부조리를 개선하기는커녕 일단 덮고 보자는 식의 못된 관행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건 군기 확립에도 역행하는 일이다.

박용현 논설위원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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