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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정책법원 / 여현호

등록 2014-11-17 21:05

상고법원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대법원이 내세우는 명분은 ‘정책법원 기능 강화’다. 일반 상고사건은 상고법원이 맡고, 대법원은 주요 사건에서 우리 사회의 법적 안정과 보편적 가치를 확인하는 구실을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정책법원은 ‘규범적 가치와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국가 정책에 영향을 끼치는 기능’을 뜻하는 것이겠다.

정작 정책법원이라는 말이 널리 쓰인 것은 10년 남짓 됐을 뿐이다. 그 전까지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기능을 설명하면서 조금씩 사용된 정도다.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주장하는 법관 연판장 파문으로 들썩이던 2003년 8월까지만 해도 대법원은 “헌법재판소가 헌법재판을 담당하기 때문에 대법원이 ‘정책법원’ 기능을 수행할 필요성은 덜하고, 오히려 ‘실무법원’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실무능력이 있는 경력법관 가운데 대법관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법개혁이 대세가 되어 사법개혁위원회가 설치된 뒤에는 되레 대법원이 개념까지 만들어가며 정책법원을 적극 거론했다. 권리구제형 대법원(독일식) 대신 정책판단형 대법원(미국식)을 지향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대법관 수를 늘리기보다는 대법원에서 다루는 사건 수를 줄여야 한다는, 일종의 조직방어 논리였다.

사실, 법원이 법의 해석·적용을 통해 정책 수립자 구실을 한다면 그런 기능은 굳이 대법원에 한정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연방대법원 못지않게 연방항소법원이나 주 대법원도 판결을 통해 주요 제도나 정책, 예산 집행 등에 영향을 주고 바꾸기도 한다.

대법원은 최근 항소심 판결을 뒤엎고 쌍용자동차 정리해고가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회사 쪽을 일방적으로 편들어 결국 대량 해고를 정당화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03년 한국가스공사 노조 파업에서도 대법원은 ‘경영권이 노동3권에 앞선다’고 판결했다. 이런 판결이 우리 사회의 규범적 가치와 기준일 순 없다. 제대로 정책법원이 되려면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부터 판결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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