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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원희룡의 ‘협치’ 실험 / 허호준

등록 2014-11-18 18:44

허호준 사회2부 기자
허호준 사회2부 기자
민선 6기 지방자치의 특징을 꼽으라면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협치’와 ‘연정’ 실험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승자독식’이라는 정치권력의 속성에서 벗어나 지방권력을 공유하고, 통합의 시대를 열겠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잠재적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이들은 여러차례 ‘협치’와 ‘연정’을 구현하겠다고 밝혀왔다.

원 지사는 역대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가장 높은 60.0%의 지지율로 당선됐다. 압도적 지지의 의미는 ‘사생결단’식 선거전으로 줄세우기와 편가르기가 되풀이되는 제주의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하라는 도민의 뜻이 담겨 있을 것이다.

이에 걸맞게 그의 언어는 자신감에 찼고, 노회한 정치인들에게 익숙했던 도민들에게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는 출마선언 이후 “당적을 초월해 여야를 뛰어넘는 플러스 정치를 하겠다”, “권력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정신으로 도민의 참여와 협치를 실천하겠다”며 ‘협치’를 강조해왔다. 첫번째 도정 방침도 협치다.

그러나 민선 6기가 출범한 지 5개월째인 지금, 원 지사의 실험은 어디까지 왔을까?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결과는 달라진다. 원 지사가 처한 현재의 상황이 그렇다. 출범 이후 협치라는 말로 이뤄진 인사나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논란의 한가운데에 ‘인사 문제’가 있다. ‘인사는 만사다’라는 말처럼, 인사를 잘못하면 다른 일을 아무리 잘하더라도 인색한 점수를 받게 된다. 도지사가 임명하는 공모직 인사는 제주시장 내정자의 연이은 낙마에서 보이듯이 ‘인사 참사’에 비견될 정도다. 시장을 포함해 지방 공기업 사장과 출자·출연기관장은 공모할 때마다 사전 내정설이 나돌았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최근 내정된 김병립 제주시장 예정자도 마찬가지다. 김 예정자는 원 지사 인수위원회에 참여했다. 내정 후에는 언제나 원 지사의 이른바 ‘측근들’에 대한 뒷말이 나온다. 최근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김경학 의원은 “모든 인사 공모에 특정 인사, 특정 세력이 개입해 좌우한다는 것이 도민 사회의 여론”이라며 공개적으로 측근들을 거론하기도 했다.

제주도의회와의 협치도 간과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원 지사는 지난달 29일 “인사원칙을 어겼다는 말을 뼈아프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도의회 인사청문회에서 사실상 부적격 판단을 내린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임명을 강행했다. 도의회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원 지사가 강조해온 ‘협치’는 도의원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고, 제주 도정 협치의 중심이 될 협치위원회 조례안은 도의회에서 통과될 것 같지 않다. 원 지사는 “협치위원회가 없다고 해서 협치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쯤 되면 협치가 정치적 구호에 그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앞서 그는 지난달 8일 취임 100일을 맞아 연 기자회견에서 “행정시장과 주요 기관장 인사청문회는 협치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저의 권한을 대폭 내려놓은 것이다. 앞으로도 폭넓은 인사 발탁과 야당과의 정책연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가 내려놓았다는 권한을 누가 행사하는지, 취임 초기를 빼곤 인사 발탁과 야당과의 정책연대를 위한 노력을 한 적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도의회는 물론 야권, 시민사회단체와 소통해야 협치가 가능하다.

대입 학력고사 전국 수석과 사법시험 수석을 한 그는 제주 사람들에게 ‘신화’ 같은 존재다. 신화가 깨지는 것은 불행하다. 그는 “(선거나 사업 등)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말해왔다. 그의 말을 믿고 싶다. 민선 6기는 아직 많이 남아 있다.

허호준 사회2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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