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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유엔 북한인권 결의와 한국 역할 / 서보혁

등록 2014-11-21 19:22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인문한국 연구교수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인문한국 연구교수
지난 18일 제69차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이 압도적인 표차로 채택되었다. 이번 결의는 관례에 따라 전체회의에서도 그대로 통과될 것이다. 유엔에서 북한 인권 결의는 2003년부터 계속되고 있다. 이번 결의가 주목받는 이유는 지난 3월 제25차 인권이사회에서의 북한인권결의와 함께 북한 정부에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결의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에서의 반인도적 범죄를 확인한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고 그 책임자들을 제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북한은 이번 결의를 저지하기 위해 전통적인 국가주권 우선 논리를 폈고, 결의안 채택 이후에는 핵실험까지 언급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물론 유엔 총회 결의는 강제력이 없다. 거부권을 가진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이번 결의에 반대 투표 함으로써 안보리가 북한 인권 문제를 수월하게 다루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북한 인권 관련 단체들은 안보리 이사국들을 상대로 로비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할 것이다. 북한 인권 문제가 과도하게 정치화되는 양상이다.

한편 국내외 언론들이 이번 북한 인권 결의를 인권침해 책임자 처벌에 초점을 두고 보도하는 것은 사실의 일부를 침소봉대하는 것이다. 유엔은 북한에서의 심각한 인권침해에 대한 규탄 및 책임 추궁과 함께 인권대화, 기술협력, 인도적 지원 등을 동시에 전개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이번 결의도 “남북한 대화가 북한의 인권 및 인도적 상황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고, “북한이 최근 국제사회와 인권대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와의 기술협력,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 대한 방북 초청 검토 의사를 표명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도 이런 방식에는 호응하고 있다. 또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도 남북간 다방면의 교류협력, 정전체제의 종식을 위한 관련국들간 회담 개최, 대북 경제제재가 북한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유의할 것 등을 권고하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채찍과 당근을 병행하며 북한 정부의 태도 변화와 함께 남북화해, 한반도 평화 정착 등 포괄적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상과 같은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동향이 한국 정부에 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한국 정부는 2008년부터 유엔의 북한 인권 결의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며 일관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의 단합된 의사를 전달하는 데 유용하다. 그러나 한국이 국제공조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 북한 인권은 국제사회의 보편적 인권 문제에 관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편 가치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통일을 준비해 나가는 성질을 띠고 있다. 북한 인권에 남한이 가장 많은 이해관계와 정보가 있음은 물론이다. 국제협력과 남북협력을 병행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마침 남북한 외교 수장들이 지난 9월 뉴욕에서 각각 인권대화의 필요성을 인정했는데 이를 살려 건설적이고 협력적인 남북인권대화를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북한 인권 문제는 북한 내 인권 문제는 물론 탈북자, 인도적 문제를 포함한다. 사안별로 유연하고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인권관이 서로 다른 자유권 문제는 국제인권기구를 통하고, 사회권과 인도적 문제는 남북관계를 주로 활용하고, 탈북자 문제는 중국 등 관련국들과의 외교적 협력이 중요하다. 군사적 긴장을 완화해 한반도 모든 거주민들의 평화권을 보호하는 문제는 북한 인권이 코리아 인권의 일부임을 말해준다. 북한 인권 문제에는 북한 체제와 분단·정전 체제가 맞물려 있다. 북한 인권 정책의 근간은 포괄적 인식과 균형적 접근이다.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인문한국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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