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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국가 양육론 / 김회승

등록 2014-11-23 20:59

미국에서 결혼한 부부의 절반은 이혼하고, 새로 태어나는 아이의 40%는 미혼모 자녀다. 준 카본 미네소타대 교수는 “미국 사회에서 결혼은 ‘지킬 수 없는 의무’가 돼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결혼이 자손을 낳고 교육하는 사회적 계약으로서의 지위를 잃고, 정서적·경제적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는 개인적인 협상의 하나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경제적 편차가 큰 결혼은 어느 한쪽의 ‘협상 실패’로 여겨진다. 결국 협상력이 떨어지는 가난한 이들에게 결혼은 자신들이 지킬 수 없는 의무에 불과해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결혼 제도의 위기는 교육 문제와 직결돼 있다. 스웨덴 복지모델은 낮은 출산율을 해결하는 데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스웨덴 모델의 창업자 중 하나인 군나르 뮈르달의 초기 관심사 역시 저출산 대책이었다. 그는 ‘국가가 부모를 대신해야 한다’는 의제를 내걸고, 아동수당, 주택보조금, 무상급식 등 광범위한 교육복지 정책을 주창했다. 당시 우파는 피임과 낙태 규제 등 강압적 출산 장려책에 매달렸고, 좌파는 고용 경쟁 심화를 이유로 저출산 문제를 가벼이 여겼다. 뮈르달은 “교육복지는 질 높은 고숙련 노동력을 공급하는 생산적 투자”라며 반대자들을 설득했다.

뮈르달의 복지정책은 ‘빈곤이 빈곤을 낳는다’는 그의 학문적인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그는 빈곤과 차별이 재생산되는 과정에 주목했다. 미국 흑인 사회를 관찰한 연구를 통해 경제적 지위가 정치적, 사회적, 역사적 요인과 유기적으로 연관된다는 점(누적적 인과관계)을 입증하려 했다. 한 가정의 경제력 차이가 교육, 취업, 결혼 등 사회적 지위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며, 이런 영향력이 강력한 재생산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 때 복지 공약을 쏟아놓은 박근혜 정부가 요즘 돈이 없다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능력 없이 친권만 주장하고 아이의 양육권은 나몰라라 하는 나쁜 부모가 떠오른다.

김회승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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