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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고문이 없었다”는 사람들 / 김종구

등록 2014-12-17 18:40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이 미 중앙정보국(CIA)이 자행한 고문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엔비시> 시사 프로그램 ‘언론과의 만남’(Meet the Press)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워싱턴 포스트> 등에 블로그를 운영하는 폴 월드먼은 프로그램 진행자 척 토드를 향해 ‘체니에게 고문의 정의를 물어보면 파이를 보내겠다‘는 글을 트위터에 띄웠다. ‘고문 옹호론’의 허구성을 드러내는 데 이 질문만큼 유효한 게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실제로 체니 전 부통령이 내린 고문의 정의는 참으로 황당했다. “고문이란 알카에다가 9·11 때 미국인 3천명에게 한 행위다.” 그는 진행자가 ‘직장 급식’ 등 각종 끔찍한 고문 사례를 제시해도 이런 주장을 들먹이며 “고문은 없었다”고 시종일관 버텼다.

체니 전 부통령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향해 곧바로 수많은 야유가 쏟아졌다. “고문은 알카에다가 9·11 때 미국인에게 한 짓인데 시아이에이 심문관들은 죄수들을 실은 비행기를 몰고 빌딩으로 돌진하지 않았다. 고로 시아이에이는 죄수들을 고문한 것이 아니다는 웃기는 논법이다” “이는 마치 오 제이 심슨이 ‘내가 전처와 그녀의 남자친구를 죽였다고들 하는데, 살인이라는 것은 알카에다가 9·11 때 미국인 3천명에게 한 짓을 의미한다. 내 행동과 알카에다의 행동 사이에 도덕적 등가성이 있다는 것은 미국인에 대한 모욕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애틀랜틱>의 코너 프리더스도프 기자)

체니 전 부통령의 주장을 접하면서 떠오르는 것은 영화 <변호인>의 배경인 부림 사건의 담당 검사였던 고영주 변호사가 “부림 사건은 공산주의 건설을 위한 명백한 의식화 교육 사건”이라며 고문 사실을 전면 부인했던 일이다. 너무나 명백히 자행된 고문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그에게 고문의 정의는 대체 무엇일까. 세월호 참사를 두고도 “왜 정부를 끌고 들어가느냐”는 논리를 폈던 그가 새누리당 추천 몫의 세월호특별조사위원에 포함됐다고 하니 혀를 찰 노릇이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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