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은 올해 세계경제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열쇳말의 하나다. 이미 디플레이션에 빠졌거나 그런 위험을 맞은 나라가 한둘이 아니다. 유럽은 그리스와 스페인, 불가리아 등이 디플레이션에 시달리는 가운데, 몇몇 나라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마저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일본도 디플레이션 그림자를 완전히 떨치지는 못한 상태다.
디플레이션은 물가수준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 추세를 나타내는 것으로 인플레이션과 반대되는 말이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불황이나 침체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디플레이션은 물가상승률이 플러스이긴 하되 둔화하는 디스인플레이션이나, 상승률이 극도로 낮은 로플레이션과도 구별된다. 로플레이션 등이 디플레이션으로 전환될 소지가 적지 않지만 말이다.
대체로 디플레이션이 빚어지면 가계와 기업은 소극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가계는 물가수준이 떨어지는 데에 대응해 소비지출을 늦추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 상품 가격이 지금보다 싸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기업은 매출 감소가 예상됨에 따라 인건비 등 비용 절감을 추진하려 하고 투자를 꺼리게 된다. 가계 소득 위축과 기업간 거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 여파는 총수요 부진으로 나타날 개연성이 크다. 또한 물가수준의 하락으로 실질이자율이 높아져 가계와 기업의 빚 부담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이런 양상들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악순환하는 과정에서 나라경제에 큰 멍이 들게 된다.
디플레이션에 한번 빠지면 벗어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물가 하락으로 가계의 구매력 등이 일시적으로 좋아질 수 있겠지만 그 이득보다 손실이 엄청나게 큰 것이다. 여러 나라 중앙은행들이 디플레이션을 막거나, 되도록 이른 시간에 퇴치하기 위해 힘을 쏟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한국은행은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 것일까?
이경 논설위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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